불법 폭력사태로 얼룩진 현대차 울산공장 "쇠파이프 든 2500명, 펜스 뜯고 강제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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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60여대 버스로 집결, 직원들과 충돌…82명 부상지난 20일 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앞. 현대차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화를 지원한다며 전국에서 60여대의 ‘희망버스’에 나눠 타고 도착한 2500여명은 철탑농성장에서 결의 대회를 마치고 공장 강제 진입을 시도했다. 회사 관계자는 “쇠파이프와 끝이 갈라져 창처럼 생긴 대나무 막대를 휘두르며 진입을 시도해 물대포로 막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21일 오전 10시께 집회를 갖고 희망버스 일정을 마무리했다. 마무리 집회에서 신승철 민주노총 신임위원장은 “송전탑 위에 있는 두 동지가 내려올 때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해 민노총 적극 개입을 시사했다.
"파산 디트로이트 꼴 날라" 울산 시민, 저항운동 나서
○폭력사태로 얼룩진 희망버스 희망버스 참가자 2500여명은 20일 밤 울산공장 명촌정문앞 철탑농성장에 집결했다. 이들은 결의대회 후 철탑 맞은편 3공장 철제펜스(총길이 27m)를 밧줄로 걸어 무너뜨리고 공장 진입을 시도했다.
시위대는 쇠파이프와 죽봉을 갖고 있었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조가 지난해 8월 울산 1공장 난입 때 쓰던 것과 같은 종류였다. 현대차 직원들은 시위대에 소화기를 쏘며 맞섰다. 하지만 길이 2m의 죽봉과 쇠파이프 앞에는 역부족이었다. 회사 측은 시위대의 공장 진입을 막는 과정에서 보안요원 이모씨(52)의 이마와 얼굴 부위가 10㎝ 이상 찢어지는 등 모두 82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경찰도 10여명이 다쳤다. 희망버스 측은 “경찰과 회사 측의 무리한 대응으로 심각한 머리 부상자와 장애인, 여성 등 2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오후 8시20분께 물대포를 쏘며 강제 해산에 들어갔다. 이후에도 시위대와 현대차 간 충돌은 간헐적으로 이어져 21일 새벽 2시에야 폭력 사태가 끝났다. 희망버스 집회로 현대차 공장 일대에는 하루종일 교통체증이 빚어져 동구 해안으로 피서 가는 시민들에게 심한 불편을 끼쳤다. ○갈등 부추기는 희망버스
현대차는 이번 희망버스에 대해 “노사 간 자율적으로 풀어야 할 비정규직 문제에 외부 세력이 개입해 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반발했다.
희망버스에는 민노총과 금속노조 등 전국 노동계 조직과 함께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노동해방선봉대 등 20여개 진보사회 노동 단체들이 가세했다. 현대차 사태가 노노, 노정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노조는 희망버스 울산 방문을 계기로 투쟁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미 이달 들어 10일과 12일 두 차례 금속노조 방침에 따라 부분파업을 강행했다. 현대차 비정규노조는 2010년 울산1공장 CTS라인을 점거한 것을 시작으로 회사 내 무차별 폭력과 생산라인 점거 등에 나서 회사 측에 지금까지 총 3만546대, 3585억원의 생산차질을 빚게 했다. 노사는 지난해 12월 제15차 특별교섭(협의)을 중단한 뒤 5개월여 만인 지난달 13일 특별교섭을 재개했으나 이후 노조에서 다시 불법투쟁에 나서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울산을 디트로이트로 만들 수는 없다
‘행복도시울산만들기범시민추진협의회’(행울협)는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노사 안정을 바라는 울산시민의 절박한 요구에도 불구, 외부 세력 개입이 현실화됐다”며 “울산 자동차 산업을 지키기 위해 희망버스에 대한 범시민 저항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철 공동위원장(울산상의 회장)은 “미국 최대 자동차도시 디트로이트도 최근 파산을 했다”며 “울산 자동차 산업이 외부 세력에 의해 타격을 본다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울산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인 만큼 지역 상공계와 공동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