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마케팅 · 비즈니스 포럼 · 인맥…디 오픈서 '굿샷' 날린 두산 박용만

4년째 브리티시오픈 후원
2012년부터 비즈니스 포럼 연계…두산 50여 고객사 대표 초청

폴 크루그먼·타일러 코웬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석학 한자리
< 라이스 前장관도 한걸음에 > 브리티시오픈 메인 스폰서인 두산그룹이 지난 19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연 ‘제2회 두산 글로벌 비즈니스 포럼’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의 연설 도중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왼쪽)과 알렉스 새먼드 스코틀랜드 총리가 웃고 있다. /두산 제공
역사가 가장 깊은 메이저 골프대회인 브리티시오픈 2라운드가 열린 지난 19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디어셈블리룸스 연회장. 첫 마이크를 잡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세계 각지에서 초청된 비즈리스 리더와 석학, 전·현직 정치 지도자들 앞에서 2013 두산 글로벌비즈니스포럼의 개막을 알렸다. 그는 “정보통신기술(ICT)과 기존 제조업을 어떻게 융합할지에 도시 인프라 사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허심탄회한 발표와 토론을 주문했다.

올해로 4년째 브리티시오픈을 공식 후원하고 있는 두산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회 기간에 50여 글로벌 고객사 대표를 초청해 비즈니스포럼을 열었다. 알렉스 새먼드 스코틀랜드 총리와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 오모리 가즈오 일본 스미토모그룹 회장 등도 박 회장이 직접 나서 초청했다. 새먼드 총리는 “두산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이 스코틀랜드 정부가 추진하는 저탄소 경제정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21세기 과제는 인재 육성을 통해 인류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 교수는 ‘세계 경기 전망’이란 주제 발표에서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만으로 일궈온 초고속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두산의 주력시장인 중국에 대해선 “저임금 노동이 부족해지는 루이스 전환점을 지나고 있는 만큼 (비즈니스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루이스 전환점은 경제발전 단계에서 농촌의 값싼 노동력이 고갈되고 임금과 물가가 오르는 순간을 뜻한다. 이번 포럼은 박 회장이 지난해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후 두산을 2020년까지 글로벌 기업 순위 200위 내에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본격 추진됐다.

박 회장은 기존 주류와 외식 사업 등 소비재 중심의 두산을 적극적인 글로벌 인수합병(M&A)을 통해 중공업과 인프라지원사업(ISB) 중심으로 그룹으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다.

주력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2005년 미국 AES 수처리 부문(현 두산하이드로테크놀러지),2006년 영국 밥콕(현 두산밥콕), 2007년 미국 CTI(친환경 엔진 제조), 지난해 영국 엔퓨어(수처리 설계)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도시인프라 설계 및 구축 분야로 꾸준히 핵심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업종의 변화는 마케팅의 변화로 이어졌다. 전 세계 시장을 무대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사업 파트너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브랜드를 알려야 했다. 모든 분야에서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박 회장은 작년 대회를 앞두고 고객사 대표들과 함께 세계 경제와 비즈니스 흐름을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포럼 개최 아이디어를 냈다. 두산 관계자는 “고객사 대표들과 미래 먹거리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차원에서 마련했던 1회 포럼에 이어 2회 포럼도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며 “대회 공식 후원사로서 마케팅 효과뿐 아니라 두산과 미래를 함께할 파트너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게 무엇보다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두산은 브리티시오픈이 열리는 동안 에든버러 시내에 회사 로고가 새겨진 버스를 운행하고 대회장 안에 두산인프라코어의 주력 제품인 굴삭기 시뮬레이션 체험장도 마련했다. 박 회장도 대회장과 포럼에 모인 전 세계 인사들과 교류하며 ‘두산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