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탈리아 집값 '날개없는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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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주택지수 7년來 최저…獨·오스트리아는 상승
美는 오름세 속 모기지 금리 4.68%로 올라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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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에선 월별 주택 판매가 약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집값은 7년 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집값 상승 계속
미국 주택시장은 견고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부동산협회(NAR)는 22일(현지시간) 6월 기존 주택판매가 508만가구(연율 기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월 대비 1.2% 하락한 수치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15.2% 증가했다. 2009년 11월 이후 월별 판매 기준으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미국 최고의 주택 시장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아이비 젤만은 “올 1분기 미국 전체 가구 수 대비 주택 판매 건수 비율은 27년래 최저 수준인 1.5%”라며 “이 비율이 2% 아래일 때는 항상 주택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최근 모기지 금리가 급등한 것이 미국 부동산 경기를 꺾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30년 만기 모기지금리는 지난 5월 초 연 3.59%에서 7월 중순 연 4.68%까지 올랐다.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요인들이 주택경기 회복세를 중단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로렌스 윤 NAR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부터 모기지 금리가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주택시장은 여전히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로존 “7년 내 최저”
유로존의 상황은 심각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집계한 지난 1분기 유로존의 신규·기존 주택 가격 지수는 2009년 1분기를 100으로 했을 때 96.33을 기록했다. 2006년 2분기 이후 최저치다.
집값이 내려간다는 건 유럽 재정위기의 근본 원인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전체 가계의 80% 이상이 집을 가진 스페인의 상황은 심각하다. 주택가격 지수가 2009년보다 30% 떨어졌다. 실업률이 25%가 넘는 상황에서 주택에 묶인 가계의 자산가치까지 폭락하는 상황이다. 이탈리아도 경제위기의 한복판에 있던 4년 전보다도 8% 하락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새빌스는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아일랜드의 집값은 집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경제 우등생’ 독일의 상황은 딴판이다. 집값은 지난 10년 내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그간 돈을 쌓아놓은 독일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찾아 부동산 시장으로 몰린 덕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 내 국가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윤선 기자/워싱턴=장진모 특파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