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 대입 입학사정관제의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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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초기 스펙 반영→현재 학생부 위주' 변화 감안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그리고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까지. 이미 교육은 '보편적 복지'의 문제가 됐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계층과 지역 간에는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이런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이 매주 화요일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입학사정관제 수상실적·어학성적 반영 못하게 명시
담임교사만 추천서·자소서 전담? NO "시야 넓혀라"
올해 대입 수시모집은 오는 9월4일 원서 접수를 시작합니다. 대학 지원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은 여름방학 동안 본격적으로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데요. 수시 선발 비중은 갈수록 늘어 올해는 전체 인원의 66.4%를 수시 전형으로 뽑습니다. 특히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학부모들의 궁금증이 많습니다. 내신·수능 성적 같은 '눈에 보이는 지표'로 평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대학 입학사정관제는 2008년 시범운영으로 도입된 역사가 짧은 입시 제도입니다. 완전히 정착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평가입니다. 제도의 취지는 학생을 성적순 '한줄 세우기' 식으로 뽑지 않겠다는 것이었죠. 좋은 취지였지만 학생·학부모와 진학지도를 해야 하는 고교 현장은 혼란을 겪었습니다.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확실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학생·학부모들은 여전히 입학사정관전형 준비가 어렵다고 털어놓습니다. 입학사정관제의 핵심 포인트는 무엇이며 어떻게 준비하면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까요?
우선 입학사정관제의 성격 자체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시행 초기에는 수험생이나 진학 담당 교사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스펙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내신이나 수능 성적은 평가기준이 아니므로 각종 경시대회 수상실적, 높은 공인어학성적 등이 있으면 유리하다는 것이었죠.현 시점에서 '입학사정관제=스펙'과 같은 선입견은 큰 오해입니다. 학생부 중심 전형으로 성격이 확 바뀌었습니다. 입학사정관들도 이런 변화를 알고 지원할 것을 당부합니다.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 이미경 서울여대 교수의 설명입니다. "입학사정관제 초기에는 스펙이 중요했는데 지금은 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스펙을 대변하는 학생부 기타활동 등이 평가에 들어가지 않도록 돼 있어요. 특별한 학생이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에 간다는 편견이나 '스펙이 없으니까 입학사정관제는 안 되겠다'는 잘못된 생각은 버려도 됩니다."
의례적으로 말하는 모범답안 같지만 사실입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 5월8일 '입학사정관전형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대학에 페널티를 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가이드라인에는 공인어학성적이나 교과 관련 교외 수상실적을 제출할 수 없게 모집요강에 명시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학생부 기재 내용 외의 증빙서류 제출을 금지한다는 것이죠.사실 이런 내용은 이미 2010년 대교협이 제시한 '입학사정관제 운영공통기준'에 나왔습니다. 이후 대학들이 자제하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일부 대학은 자소서 증빙서류 등의 형식으로 수상실적이나 어학성적을 제출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 제시로 대학들은 각종 수상실적과 공인어학성적 등을 어떤 형식으로든 요구할 수 없게 됐습니다.
결국 평가요소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학생부입니다. 신입생 전원을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선발하는 포스텍(포항공대)의 경우 학교생활에 충실히 임한 학생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게 원칙입니다. 대다수 대학이 시행하는 입학사정관전형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부 중시라는 기본 방침을 지키면서 각 대학이 강조하는 차별화된 인재상에 맞춰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수험생은 학생부와 자소서·추천서에서 어떤 점을 어필해야 할까요? 입학사정관들은 '스스로 발전하는 하나의 스토리'를 강조합니다.조효완 서울과기대 입학사정관실장은 "수험생에게 일관되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고교 1학년에서 2학년,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갈 때 발전했는지와 그 과정에서 무슨 노력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어필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봉사활동 같은 내용도 '어떤 활동을 했다' 식의 단편적 언급보다는 어떤 목표로 일관성 있는 활동을 했는지가 서술되면 좋다"고 하네요.
무조건 담임교사에게만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팁도 귀띔했습니다. 담임교사가 모든 반 학생들의 추천서를 쓰기에는 현실적으로 여력이 부족하거든요. 이미경 교수는 "추천서의 경우 꼭 담임선생님이 아니어도 특정 활동과 관련해 수험생을 잘 아는 선생님에게 받아도 된다"며 "자소서는 전형 지원 시점에 맞춰 쓰지 말고, 방학 동안 미리 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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