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재테크 리포트] 은퇴자금 51% 주식에 넣는 호주…'슈퍼 펀드' 가 최고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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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식투자형 연금의 나라 호주
최근 10년 수익률 年 4.8%
예금 금리보다 높아…너도나도 '추가 적립'
연금 수령액 비과세 매력도

미니씨처럼 호주에선 투자·저축이 ‘슈퍼애뉴에이션’이란 퇴직연금 중심으로 이뤄진다. 슈퍼애뉴에이션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가 워낙 많아 개인들이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퇴직연금이 주식 등 고위험 상품에 50% 이상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행 타는 ‘연금 추가 납입’

그렇다면 호주 사람들은 왜 추가 적립할 정도로 슈퍼애뉴에이션을 신뢰할까. 과거 수익률이 예금 금리보다 높다는 점이 입증된 게 큰 이유다. 슈퍼 펀드의 지난 10년간(2003~2012년) 수익률은 연평균 4.8%다. 2004년부터 4년간은 연 12~15%의 고수익을 거뒀다. 호주 슈퍼애뉴에이션협회(ASFA)의 고든 노블 이사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했지만 곧바로 연 10% 정도의 수익을 회복했다”며 “이를 계기로 안정성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주식에 51% 운용 슈퍼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높은 것은 고위험 자산인 주식 비중이 높아서다. 호주 건전성감독청(APRA)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슈퍼애뉴에이션 총자산 중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은 51%다. 나머지는 채권 원자재 리츠(부동산투자신탁) 등이다. 한국의 퇴직연금이 주식에 40% 이상 투자할 수 없는 것과 달리 자산운용 대상에 제한이 없다.
슈퍼 펀드 운용사인 스테이트 슈퍼의 마크 오브라이언 이사는 “소비자들이 각 슈퍼 펀드의 수익률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갈아탈 수 있기 때문에 피말리는 경쟁을 벌인다”며 “호주 운용사의 70% 이상은 이 퇴직연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의 자산운용업은 슈퍼애뉴에이션 덕분에 아시아 1위, 세계 3위 규모로 커졌다.
또 다른 운용사인 퍼스트 스테이트 인베스트먼트의 대니 라담 대표는 “슈퍼애뉴에이션 자산이 호주 주식시장의 시가총액보다 커지면서 해외로 적극 눈을 돌리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엔 대체투자 등 글로벌 자산 배분을 중시하는 전략을 쓴다”고 소개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슈퍼 펀드의 장점이 많다. 가장 큰 혜택은 연금 수령액에 대한 비과세다. 소득세가 30~40%에 이르는 이곳에선 엄청난 이점이란 설명이다. 다만 55세 이전에 슈퍼 펀드에서 돈을 빼면 수익금의 21%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해외펀드·인프라채권펀드도 관심
호주 사람들이 많이 투자하는 금융상품은 슈퍼 펀드 말고도 여럿 있다. 요즘 인기를 모으는 게 해외주식형 펀드다. 현지 투자전문지인 인베스트먼트 매거진의 에이멀 어워드 기자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2.75%까지 낮춘 이후 젊은 직장인들이 미국이나 아시아 등의 해외 펀드를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들의 주식 직접투자는 많지 않다. 호주 증권거래소(ASX) 관계자는 “간접투자가 활성화되면서 뉴욕이나 도쿄같이 개방된 트레이딩 공간을 없앴다”고 말했다.
사이먼 라 그레카 AMP캐피털 인프라투자 담당임원은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에 주로 투자하는 인프라 채권펀드의 경우 기본금리에다 연 5~7%의 추가 수익을 내는 게 가능하다”며 “이 상품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시드니=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 슈퍼애뉴에이션
superannuation. 호주 정부가 1992년 도입한 퇴직연금 제도. 총자산은 현재 1조5800억호주달러(약 1625조원) 규모다. 매달 450호주달러 이상 소득이 있으면 의무가입 대상이다.
현재 부담률은 연봉의 9.25%인데, 단계적으로 12%까지 높아진다.■ 글 싣는 순서
① 대체투자·월지급식 눈돌린 美·日
② 홍콩은 지금 채권형 펀드 ‘붐’
③ 주식투자형 연금의 나라 호주
④ 중위험·중수익 열풍 부는 독일
⑤ ‘우리는 어떻게’… 전문가 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