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면제 대상 줄이고…고소득 근로자 세금 부담 높여야"

朴정부 조세정책 밑그림 -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 공청회

물리치료·안마·장례서비스도 부가세
소득공제 줄이고 세액공제는 확대
조세재정연구원이 23일 공개한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는 박근혜 정부 5년간 지속적으로 추진할 세제 개편의 윤곽이 드러나 있다. 핵심은 불필요한 세금 감면을 줄이고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 확대 등을 통해 세입 기반을 넓히는 것이다. 국민의 조세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ATM 수수료에도 부가세 조세연은 이날 학원이나 금융·보험 서비스, 의료 서비스에도 부가가치세를 매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컨대 은행 마감 후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돈을 뽑거나 송금할 때 내는 건당 500~1300원의 수수료는 부가세 면제 대상이다. 수표를 현금으로 바꿀 때 내는 장당 1000원의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증권사의 재테크 상담이나 투자자문서비스,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받을 때도 부가세가 붙지 않는다.

의료서비스의 경우 지금은 쌍꺼풀수술 등 미용 목적의 수술만 부가세를 매기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를 침구사 안마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등이 제공하는 각종 의료서비스로 확대하라는 게 조세연의 지적이다. 장의사의 장례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입시학원 보습학원 등 사교육시장과 자동차운전학원 댄스학원 등도 부가세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이 같은 부가세 확대 방안을 내년 세제 개편안에 포함시키지는 않겠지만 중장기 과제로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고소득자 비과세 감면 축소

지난해 한국 소득세 수입은 45조8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6%를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9%에 한참 못 미친다. 각종 비과세 감면 등을 통해 원래 내야 할 소득세 가운데 상당 부분을 감면받기 때문이다. 소득세를 한푼도 안 내는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도 2011년 기준으로 36.1%에 달한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자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득공제란 총 급여에서 일부 금액을 필요경비로 인정해 빼주고 과세표준액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단계적 세율을 곱해 세금을 물린다. 이와 달리 세액공제란 과세소득 금액에 세율을 곱해 세액을 산출하고 일정액을 세금에서 빼주는 방식이다.

소득공제는 공제 항목의 지출이 많을수록 세금이 줄어드는 데 비해 세액공제는 산출 세금에서 일정액을 감면해줘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게 된다.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고소득자는 의료비와 신용카드 공제 등을 받아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세제상 허점으로 인해 국내 소득세율은 선진국과 별 차이가 없는데도 소득세 수입이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실제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38%로 미국(35%) 일본(40%) 프랑스(40%) 등과 별 차이가 없다. ○교육, 의료비 세액공제로 전환

보고서는 이에 따라 소득공제 항목 중 의료비 교육비 등은 세액공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1년 보험료 특별공제로 1조8259억원, 교육비 특별공제로 1조1773억원, 의료비 특별공제로 5989억원의 조세 지원이 이뤄졌다.

또 근로장려세제와 다자녀추가공제 등을 개편, 저소득층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내년부터 자녀장려세제 근로장려세제와 중복되는 다자녀추가공제 등 인적공제 항목을 조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사업소득포착률을 높여 세수 확보와 소득 재분배에 나서고,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제도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세연은 이와 함께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비과세·감면은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부는 이미 5년간 비과세·감면 축소를 통해 18조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안종석 조세연 선임연구위원은 “정책의 효과가 입증된 것만 살리고 나머지 비과세·감면은 대폭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