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국형 김치유산균

한국인 장 속에 사는 이순신 장군…김치요리법보다 기능성 홍보 나서야

정명준
나는 한국인이라는 자존심으로 산다. 신토불이 ‘한국형 프로바이오틱스’를 전 세계로 수출한다는 기술자의 자부심으로 산다. 잦은 해외 출장에 미생물전문가인 나도 해외 미생물의 공격을 끊임없이 받게 된다. 시차도 극복해야 하고 외국 음식도 먹어야 하며 무거운 짐을 들고 여러 나라를 단시간 내에 여행하는 강행군을 하는 사이에 내 몸의 저항성은 최악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묻곤 한다. 그런 힘든 여행 기간에 건강을 지켜주는 것은 과연 무엇입니까? 나는 그것을 ‘김치유산균’이라 답한다.

30년 넘게 미생물을 연구했지만 수십종의 김치유산균 중에서 가장 강력하게 나를 지켜주는 것은 플란타룸과 페디오코쿠스라는 균주이다. 나는 이 두 가지 김치유산균을 ‘한국인 장 속에 사는 이순신 장군’이라고 부른다. 이순신 장군이 남해 앞바다에서 수많은 왜군을 물리쳤듯이 김치유산균은 장 속에 침입하는 무수한 유해균을 물리치는 일등공신이다. 김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식물성 유산균을 다량으로 섭취할 수 있는 발효식품이다. 유럽에서 포도주나 요구르트의 효능·효과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만, 김치만큼 다양한 유산균종을 공급하는 발효식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조상이 물려준 가장 과학적인 발효식품이기도 하다. 김치를 포함한 대부분 한식에는 마늘, 생강, 고춧가루가 들어가게 된다. 한국인의 장에는 강한 향신료가 존재하는데, 이 향신료는 장내의 유해균을 살균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이제는 단순히 김치 요리법보다는 김치의 프로바이오틱스 기능성을 전 세계에 강조할 때다. 서양의 포도주나 요구르트보다 훨씬 과학적인 김치의 효능을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마케팅해야 할 때다.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많은 한국사람들이 한국을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한식을 그리워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미생물학자 관점에서는 외국에 서식하는 유해균들이 다량으로 장내에 들어왔을 때 본능적으로 한국적인 양념에 익숙한 한국형 유산균이 끊임없는 생체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국에서 느껴보는 강한 고추장 맛의 행복감은 우리의 장이 먼저 느낀다.

고추장에다 청양고추를 찍어 먹는 한국사람들을 외국 사람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외국의 것이 좋은 것도 있지만, 한국인에게 한국형 프로바이오틱스를 추천하는 이유는 마늘, 생강, 고춧가루와 같이 강한 향신료에 살아남는 김치유산균이 한국인의 장내 환경에는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정명준 <쎌바이오텍·듀오락 대표이사 ceo@cellbiote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