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년간 뛰고 보니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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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19
첫 2000돌파 그후
장밋빛 전망 어디로?
가계금융투자상품 비중 줄고 펀드설정액은 35% 증가 354조
글로벌 시장서 소외
美 13%·인도네시아 95% 상승…中 경기 부진·엔화 약세 복병에 코스피 6년간 되레 4%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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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2000을 돌파한 지 만 6년째 되는 날인 25일. 그동안의 증시를 평가해달라는 전화를 받은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반응이었다. 최근 2년간 코스피지수가 1800~2000 사이를 오가는 동안 대세 상승의 기억은 흐릿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사태 등 예기치 않은 격변 때문이긴 하다. 돌아보면 선진 증시로 양과 질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던 당시 ‘장밋빛 전망’은 온데간데없다. 무엇이 바뀌었고, 왜 돌아가기 힘든 ‘기억’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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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년간 증시 주변 지표들은 큰 변화가 없었다. 증시를 떠받치는 저변이 그리 확충되진 않았다는 얘기다. 주식투자인구는 2007년 말 444만명에서 작년 말 502만명으로 늘었으나 2011년 528만명에 비해선 줄어든 수치다. 가계보유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비중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7년 말 34.1%에서 작년 말 26.5%로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펀드 설정액은 261조원에서 354조원으로 35.6% 증가했다.
이러다 보니 세계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도 성적표는 별로다. 코스피지수 2000 돌파 이후 6년간 일본 중국 프랑스 정도를 뺀 나머지 선진 증시와 신흥시장 증시는 모두 상승했다. 인도네시아 증시가 95.2%로 가장 많이 뛰었으며 멕시코(29.8%)와 미국(다우지수 13.3%), 독일(DAX 7.3%)도 상승했다. 올 들어 일본 주가가 크게 회복했다. 중국은 경제 전반의 거품이 빠진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지수가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스피지수는 2007년 7월 25일 2004.22에서 25일엔 1909.61로 마감, 4.7% 하락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996조원에서 1109조원으로 11.3% 늘었다. ○기업 성장동력 상실이 문제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널뛰기 장세가 많았던 한국 증시가 작년부터는 지수 변동폭이 상하 15% 안팎으로 줄었다”며 “유럽시장이 지난해 20% 상승하고 일본 증시가 올해 놀랍게 복원되는 사이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이 반감됐다”고 말했다.
이러는 사이 코스피 2000 돌파 이후 한국 증시의 선진시장화 기대도 많이 꺾였다. 이 센터장은 “시장이 질적으로 개선됐느냐고 물어보면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시 투자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했지만 금융위기 여파도 겪으며 금융투자 쪽으로 물꼬가 트이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 팀장은 “당시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12~13배 수준에서 지금은 8~9배로 줄었다”며 “성장 기대에 대한 거품이 걷힌 점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장규호/이고운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