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배우, 성형 고백하고 나니 대박…이유가
입력
수정
[SPECIAL REPORT] 성형외과 의사들은 왜 아시아로 몰려가나중국·베트남·말레이시아 등 ‘한류’ 열풍으로 한국 연예인의 얼굴을 닮고 싶다는 열망이 커지면서 서울 강남의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들이 해외에 직접 나가 수술을 하는 일이 많아졌다. 병원들 또한 해외 포털 사이트의 키워드 검색, 현지 부호들을 대상으로 한 VVIP용 맞춤 서비스 등을 내세우며 ‘의료 한류 붐’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개별 의사의 ‘각개전투’에서 벗어나 병원 운영 시스템을 수출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한국 성형 기술에 '쭈이가오~(최고)' 부유층·연예인 등 VVIP 공략
요즘 서울 강남의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들이 수술을 위해 중국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한국의 뛰어난 성형 기술은 이미 아시아 각국에 널리 알려진 상태다. 특히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 등의 글로벌한 인기로 미의 기준이 한국 연예인으로 바뀌었다는 게 성형 업계의 중론이다. 대개는 주말을 이용해 해외에 다녀온다. 초청하는 측에서 항공비·숙박비·체재비·수술비 일체를 지불하고 있는데 매주 토요일 저녁 7시쯤 인천공항의 베이징행 비행기 탑승장에 가보면 국내 굴지의 성형외과 의사들을 여럿 볼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로 강남 의사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트렌드가 됐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BK성형외과 김병건 원장도 수술을 위해 매달 2회 이상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을 방문하고 있다. 이는 2000년대 중반, 성형 한류의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부터 이어져 온 일이다. 김 원장은 중국에서 수술하는 횟수가 늘어나자 환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틈틈이 중국어를 공부했고 이제는 별도의 통역 없이도 혼자 환자와 상담이 가능할 정도의 수준을 갖추게 됐다. “중국 현지에서 한국의 성형외과 의사들을 찾는 이들이 정말 많다. 일단 중국 사람들은 한국 의료진의 선진화된 의료 기술에 신뢰감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는 의대에 진학하려면 상위 1% 안에 드는 실력을 갖춰야 하고 의대생 가운데에서도 가장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성형외과 의사가 된다는 게 중국 내에서도 알려지면서 특히 성형에서는 한국 의사들을 선호하고 있다”며 “한국은 성형에 대한 수요가 워낙 많고 의사들이 다양한 환자들을 접하고 수술을 자주 하기 때문에 실력이 좋다고 정평이 나 있다. 또한 한류의 열풍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한류 스타들이 받았다고 알려진 수술을 따라서 하고 싶다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도 초청을 받아 방문하고 있는데 각 국가의 법률에 따라 수술이 허용되지 않는 곳에서는 상담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성형 수요가 워낙 많고 의사들이 다양한 환자들을 접하기 때문에 실력이 좋다고 정평이 나 있다.”BK성형외과의 해외 홍보 마케팅 담당자는 단순히 환자를 기다리는 것만 아니라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의 네이버나 다음 등의 포털 사이트에 해당하는 ‘바이두’의 ‘키워드 검색’을 통해 대표 원장의 프로필과 수술 케이스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덕에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됐다며 베이징·상하이를 비롯해 쓰촨·운난 등 내륙지역에서도 수술 요청이 많다고 했다. 현재 중국 각 지역에 서울대학교병원·정원성형외과·오라클피부성형외과·함소아한의원 등이 진출해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해외에 진출한 국내 의료 기관은 16개 국가에 총 91개 병원이다. 2011년 79개에서 1년 사이 28% 늘어난 셈이다. 중국(34%)·미국(25%)·베트남(10%)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진료 과목 가운데에서는 성형이 2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 정부에서도 세계 의료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환자를 안방에서 기다리는 시대를 넘어 해당 국가에 직접 진출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 기관 해외 진출’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추세다.
‘한류’ 열풍…성형 기술 덩달아 인기 ‘의료 한류’의 금맥으로는 중국이 손꼽힌다. 얼마 전 국제미용수술협회(ISAPS)가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21.1%)·브라질(9.8%)에 이어 전 세계 3위의 성형 대국으로 알려져 있다. KOTRA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성형 시장 규모는 약 3000억 위안, 관련 업계 종사자는 2000만 명으로 지난 10년간 중국 성형 산업은 매년 4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불고 있는 외모 지상주의에 따라 성형을 받으려는 환자가 계속 급증하고 있어 머지않아 중국이 최다 성형 시술국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성형에 대한 중국인들의 욕구는 날로 커져 가고 있지만 성형 의료 수준은 그에 못 미쳐 부작용, 불법 시술에 따른 문제점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 보건 당국에 접수되는 비인가 의료 시설의 성형수술 부작용 사례만 연간 2만 건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문제점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한류 의료 바람이 불자 중국 젊은 여성들이 우리나라의 뛰어난 성형 기술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연해 지역의 대도시만이 아니라 미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내륙의 충칭과 청두 지역의 여성들이 현지의 성형외과 대신 한국 의료진이 직접 상담과 수술을 해 주는 베이징·상하이 등의 도시로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 성형 의사들의 수술비용은 부위와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는 한국의 약 2~3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각국의 외국인 환자들이 방문해 수술을 받는 곳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JK성형외과도 주권 대표 원장을 포함한 11명의 전문의들이 매달 수시로 중국과 베트남 등을 찾는다. JK성형외과는 현재 중국 베이징 오피스, 하얼빈 의과대학 내에 성형센터를 운영 중이며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한푹(‘행복’이란 뜻의 베트남어) 병원의 성형외과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의 전략은 ‘고급화’다.이미 중국이나 아시아권에 많은 수의 한국 성형외과 의사들이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자체 경쟁력을 갖기 위해 현지의 ‘상위 1%’를 위한 의료 서비스를 고수하고 있다.
최항석 JK성형외과 부원장은 “다음 주에도 베트남 인기 스타의 수술이 예정돼 있다. 우리 병원의 주요 고객으로는 유명 연예인, 정치인 및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족 등 최상류층이나 오피니언 리더가 대부분”이라며 ‘에르메스’ 브랜드처럼 고가이지만 꼭 갖고 싶은 인식이 들도록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최 부원장은 이를 위해 단순히 의사 한 명만 가서 수술하는 게 아니라 간호사도 함께 팀을 꾸려 가고 있고 협약을 맺은 센터 내에 한국에서 사용하는 기기를 그대로 구비하는 등의 시스템도 구축했다고 말했다.최 부원장은 해외 진출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투명성’이라고 꼽았다. 최근 일부 성형외과 의사들이 눈앞에 이익만을 좇아 불법적으로 활동하는 사례를 여럿 접했기 때문이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의료 한류의 해외 진출 패러다임을 바꿔보고 싶어 모든 절차를 정식 계약서에 의거해 진행한다. 현지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해당 국가에서 한 번, 국내에 들어와서 또 한 번 회계 처리해 세금도 엄격하게 낸다. 정문이 아니라 뒷문으로 들어와 ‘블랙머니’를 챙기는 이들이 늘어나면 전체적으로 한국 의사들에 대한 신뢰도에 금이 갈까봐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에는 ‘원정 수술’을 가는 이들이 늘면서 갖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국내의 의료진이 해외에서 수술을 하려면 해당 국가의 면허를 새로 따야만 활동할 수 있다. 중국은 외국 국적의 의사가 중국 내에서 의료 활동을 하려면 ‘단기 행의 허가’를 취득해야 하는데, 1년 단위로 갱신해야 하며 지역별로 면허를 따로 따야 한다. 최근에는 베이징 지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의사들이 늘면서 자격시험이 까다로워져 떨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대로 면허증을 갖고 있지 않은 의사들이 불법으로 수술하는 일도 빈번해졌다.
또한 싱가포르는 자국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 의사의 활동만 허용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성형 부분에 대해서는 불허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해 싱가포르의 한 에스테틱에서 한국 의사가 면허증도 없이 보톡스 시술을 한 점이 유력 일간지 등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까지는 별다른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수술 도중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한국 의사 전체의 이미지에 타격이 올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이와 함께 또 다른 문제는 역시 탈세 부분이다. 한 의료 전문 법조인은 “외국에서 수술이 끝난 직후 현금으로 돈을 받기 때문에 세금 신고를 하지 않는 의사들이 꽤 된다. 현지에서 차명 계좌까지 만드는 이들도 있다”며 “국세청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몇몇 몰지각한 의료인이 짭짤한 아르바이트 수단으로 해외 진출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최근에는 의사가 직접 해외에 가서 수술을 하는 형태에서 확장해 한국의 성형 의료 시스템 자체를 컨설팅해 주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엘코퍼레이션은 국내 병원 컨설팅에서 해외로 영역을 넓혔다. 백병하 엘코퍼레이션 본부장은 ‘의료 한류’에 관해 ‘1세대는 한국에 외국인들이 의료 관광을 오는 것, 2세대는 의사들이 직접 나가 의료 행위를 하는 것, 3세대는 병원 운영에 필요한 시스템을 수출하는 것’으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IT·의약품 등 ‘패키지’ 진출해야
현재 엘코퍼레이션은 2011년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준 종합병원인 당산 메이이 성형병원의 컨설팅을 맡고 있다. 병원의 전반적인 콘셉트에서부터 운영 방안까지 모두 한국식으로 진행할 예정으로, 현지의 실력이 부족한 의사들에게 수술을 받은 후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재수술 전문 병원’을 운영할 계획이다. 병원 내부의 인테리어, 차트 작성, 환자 관리, 직원 서비스, 홍보, 상담 및 진료 등 모든 솔루션은 ‘한국산’으로 채워진다.
백 본부장은 “한 달에 몇 번씩 의사가 오가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전반적인 시스템을 한국식으로 구축하고 있다. 최첨단 의료 기술은 기본이고 여기에 ‘친절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어서 현지의 부유층들에게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 또한 이 같은 ‘종합 모델’을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측은 “해외 건설과 병원 건축 등 하드웨어와 병원 운영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가 결합한 융합 산업으로 패키지 형태(병원+IT+의료인+의료장비)의 수출 전략을 활용하면 다양한 수익이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해외에 가서 돈을 벌어온다’는 근시안적 사고 대신 각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 4월 주권 대표원장을 비롯해 배준성·백혜원·권순홍 전문의 등 JK성형외과의 의료진 8명이 한꺼번에 베트남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했다. 다른 국적의 사람에게 의사 면허를 쉽게 내주지 않는 베트남의 현행법상 무시험으로 진행된 이들의 면허 취득은 놀랍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었다.
이들이 베트남의 높은 장벽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은 2011년부터 JK성형외과가 베트남 한푹병원과 협력 파트너로 일하면서 친아버지의 테러로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베트남 화상 소년 부콕린의 수술을 세 차례 이상 진행했는데 이러한 공헌 활동이 현지인들의 마음을 열게 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병원의 해외 진출에 대한 입법의 필요성 또한 대두되고 있다. 현재 의료법상 비영리법인인 대형 병원들이 해외 법인에 투자하기에는 법적으로 제한이 있다 보니 해외 진출을 ‘쉬쉬’하는 분위기가 많다. ‘국내에도 치료해야 할 환자가 많은데 굳이 해외에 나가는 건 별로이지 않나’라는 대중들의 정서적 제한도 해외 진출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다. 해외 진출이 종합병원보다 개인 병원의 원장들 위주로 진행됐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법무법인 세승의 김선욱 변호사는 “우리 국민도 의료의 세계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법률적·정서적 제한 때문에 비정상적이거나 수익이 적은 방향으로 병원 수출이 나가는 경우가 생기지 않나. 이는 우리 국격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며 “고부가가치인 의료 기술을 몇몇 의사들에 의해 헐값으로 해외에 유출하거나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회가 나서 토종 병원이 해외에 나가는 것을 입법 조치를 통해 인정하고 제도적인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