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운명 北으로…회담 거부 땐 폐쇄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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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北에 '최후통첩'정부가 28일 개성공단 사태에 대한 ‘최후통첩’ 성격의 성명을 발표했다. 개성공단에 대한 ‘마지막 회담’을 하자고 북한에 촉구하면서 ‘중대결단’ 가능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개성공단이 폐쇄와 회생의 갈림길에 선 상황에서 사태 해결의 공은 다시 한번 북한으로 넘어갔다.
"무작정 기다리기 힘들어…"
의약품 등 지원사업은 승인
◆폐쇄 장기화 따른 부담 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마지막으로 개성공단에 대해 논의할 회담을 제안한다”며 북한의 답변을 촉구했다. 이번 성명은 개성공단의 고사 상태가 장기화하는 것을 마냥 지켜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남북은 여섯 차례에 걸쳐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을 열었다. 하지만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로 공단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양측은 후속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공방을 벌였다. 북한이 개성공단 사태 재발 방지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이대로 공단이 폐쇄된다면 정부 역시 적잖은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이 발전적으로 정상화돼야 한다는 비전이 있고,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가동이 중단되는 상황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분명하다”면서도 “입주기업의 물질적, 정신적 피해가 가중되고 이에 대한 국민적 우려도 점증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변화를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통일부 장관 성명의 형식을 취해 제의에 무게감을 더했다. 성명이 정전기념일을 계기로 남북이 메시지를 주고받은 직후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정전 60주년 기념사에서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고 남북 간 공동발전의 길을 적극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대규모 열병식을 벌였지만 남한에 대한 위협적인 언사를 내놓거나 신형무기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남북 모두 상황 관리의 의지를 밝힌 셈이다.
류 장관은 이번에 제의한 회담의 격(格) 문제와 관련, “기존에 남북 간 해왔던 회담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여섯 차례 열린 실무회담과 같은 성격의 회담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7차 실무회담’이라고 못박지 않았다. 북한의 답변에 따라 회담의 격과 형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정부가 ‘중대 결단’을 재차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나섬에 따라 북한의 반응에 개성공단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북한이 회담에 응하지 않으면 폐쇄 등 중대 조치의 실행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날 류 장관의 성명 발표 자체가 이를 위한 사전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있다. ◆인도적 지원은 계속
정부는 대화 제의와 함께 인도적 지원 카드도 내놨다. 정부는 29일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푸른나무 등 5개 국내 민간단체의 북한 내 영·유아에 대한 인도적 지원 사업을 승인할 예정이다. 유엔아동기구(UNICEF)의 백신 확장 프로그램과 영양결핍 치료 및 예방사업도 승인할 방침이다. 총 604만달러가 소요되는 이 지원은 모두 정부 예산으로 이뤄진다.
정부 예산이 소요되는 대북지원은 지난해 국제백신연구소(IVI)의 백신·의료교육 지원(201만달러 상당) 이후 처음이다.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한 유화제스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