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은 F1을 포기해선 안 된다

[최진석 기자의 car&talk]
전남 영암은 매년 10월이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각지에서 16만명 이상이 모여든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들의 경주인 포뮬러원(F1) 경기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올해로 4회째를 맞는다.

국내에서 첫 대회가 열릴 때만 해도 F1이 정확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젠 F1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주변 사람들과 F1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변화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F1 개최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영암 F1 존폐 논란’이다.

논란의 쟁점은 적자다. 영암 F1 대회의 적자는 2010년 725억원, 2011년 610억원, 2012년 386억원 등 총 1721억원에 이른다. 올해도 259억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된다. 전남도의회는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올해 적자 규모를 150억원 이하로 낮추지 못하면 내년 대회 개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전남도는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F1의 운영을 담당하는 포뮬러원매니지먼트(FOM)와 계약조건 변경, 수익금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언론매체들은 ‘영암 F1 올해 또 적자’ ‘지자체의 분수 넘는 세계대회 유치’ ‘세금먹는 하마’라는 식으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자동차 경주에 관심없는 사람들에게 F1이란 그저 ‘요상하게 생긴 차들이 시끄러운 굉음을 내뿜으며 트랙을 뱅글뱅글 도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매년 영암을 찾는 16만명의 관중에겐 ‘지상에서 가장 박진감 넘치는 경기’이자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들이 등장하는 꿈의 무대’다. F1을 단순히 마니아들의 이벤트로만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해마다 세계 190개 국가에서 6억명이 F1 경기를 지켜본다. F1은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로 불린다. 남성들의 영원한 드림카인 ‘페라리’의 명성과 신화가 여기에서 만들어졌다. 마세라티, 알파 로메오, 메르세데스 벤츠, BMW, 르노, 혼다, 도요타, 닛산 등 많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이곳에서 최첨단 기술을 연마했다.

우리나라는 모터스포츠의 불모지다. 씨앗을 뿌리고 물을 줘야 척박한 땅에서 싹이 자라는 법이다. 불모지라고 해서 그나마 뿌린 씨앗마저 거둬선 안 된다. 모터스포츠 문화 발전은 자동차 튜닝, 레저활동으로 이어지면서 장기적으로 신규 시장 및 고용 창출에도 큰 도움을 준다. F1을 포기하는 것은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가라는 위상에도 걸맞지 않는다.

영암 F1대회는 당분간 적자행진이 이어질 것이고 흑자로 돌아서더라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대회 운영 노하우가 쌓이고 자동차 문화가 보다 성숙해져 팬층이 두터워진다면 상황이 호전될 것임은 명백하다. F1이 열리지 않는다면 영암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쪼그라들 것이다. 국내 F1 마니아들이 경기를 보기 위해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로 날아가는 비용과 시간적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F1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의 자세도 바뀔 필요가 있다. ‘보고는 싶지만 돈 주고는 아깝다’는 인식을 버리고 정당하게 값을 내고 티켓을 사야 한다. 기업들의 관심도 요구된다. 영암 F1 대회는 지금까지 대회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0월에도 영암으로 향할 것이다. 5년, 10년, 20년 후에도 이 감동의 레이스를 우리나라에서 지켜봤으면 한다.


F1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새 머신 완성도 높아져 … 메르세데스에서 다시 우승할 것"

루이스 해밀턴(28·사진). 국내에선 다소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 경주인 포뮬러원(F1)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중 한 명이다. 2007년 F1에 데뷔한 뒤 이듬해인 2008년 23세의 나이로 월드 챔피언십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는 올해 드라이버 순위 4위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제바스티안 페텔(레드불)과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 키미 라이코넨(로터스) 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해밀턴에겐 올해가 남다르다. 이전까지 몸담고 있던 맥라렌 팀을 떠나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F1팀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F1 두 번째 챔피언에 대한 열망으로 똘똘 뭉친 그를 최근 독일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올해 맥라렌에서 메르세데스로 이적했다.

“팀을 바꾼 건 정말 잘한 일이다. 이번 변화가 만족스럽다. 메르세데스는 환경이 좋고 큰 가족과 같다. 올해 목표는 당연히 월드 챔피언십 우승이다.”

▷맥라렌과 메르세데스는 어떻게 다른가.

“모든 면에서 다르다. 맥라렌은 역사가 오래된 팀인 반면 메르세데스는 젊고 열정적이다. 머신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개선된다. 올 시즌 머신인 W04는 트러블도 없고 완성도가 지난해보다 나아졌다.”

▷메르세데스 AMG와의 계약기간은 3년이다.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간인가.

“내 능력은 F1 데뷔 초기 우승을 통해 이미 보여줬다. 3년은 내가 가진 능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올해가 계약 첫해인데 가능하다면 3년 후 계약을 연장하고 싶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전직 F1 드라이버인 아일톤 세나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 경주에 항상 노란색 헬멧을 고집하는 것도 세나를 존경해서다. 드라이버로서 가장 이상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인 것 같다. 레이스에 임하는 자세는 물론 다른 모든 면에서 그를 존경한다. 지금도 그와 관련된 책과 비디오를 즐겨 찾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레이스와 후회가 되는 레이스는.

“데뷔 첫해 처음 출전했던 캐나다 그랑프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서킷이기도 하다. 후회가 되는 레이스는 2007년 중국 그랑프리다. 당시 시즌 1위였고 결선 때 맨 앞자리에 섰다. 하지만 경기 시작 후 리타이어했고 시즌 챔피언까지 날아갔다. 2008년 우승을 했지만 그때의 아쉬움은 지워지지 않는다.”

▷한국에도 당신 팬이 많다는 걸 알고 있나. “정말인가? 미안하지만 한국 팬이 많다는 걸 체감한 적은 없다. 하지만 전남 영암에서 열리는 코리아 그랑프리에 갈 때마다 F1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걸 알 수 있다. 코리아 그랑프리가 많은 발전을 했으면 한다.”

빌스터베르크=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