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내수 부진 직격탄…車산업 일자리 '주춤'

정부 '주요업종 일자리 전망'

中 성장 둔화·유럽 경기침체로 수출 악화
기계·전자·디스플레이 업종은 증가세 유지
한국고용정보원은 30일 ‘주요업종 일자리 전망’ 발표에서 올 하반기 자동차산업의 일자리 증가 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한경DB
자동차 반도체 기계 등 국내 7대 수출산업 가운데 자동차만 유일하게 올 하반기 일자리 증가 폭이 둔화될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수출 악화가 국내 일자리 창출에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산업 일자리 ‘빨간불’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30일 이 같은 내용의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을 발표했다. 정부가 업종별 일자리 창출 전망을 분석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대 수출산업은 자동차, 기계, 디스플레이, 반도체, 전자, 철강, 섬유로 이들의 수출액을 모두 합치면 전체의 53.4%(작년 기준)에 이른다. 고용정보원은 “하반기 10대 주요 산업생산 전망을 바탕으로 고용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분석·예측한 뒤 현장 체감 동향까지 반영했다”며 “매년 두 차례 발표할 계획으로 전망 대상 업종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7대 수출산업 가운데 자동차만 유일하게 일자리 증가 폭이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1.5%(전반기 기준) 늘었으나 올 상반기엔 증가폭이 1.2%로 줄었다. 올 하반기에는 0.8%로 0.4%포인트 더 떨어질 전망이다. 자동차 산업 근로자 수는 50만명(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 수(1126만명)의 4.4%를 차지한다. ◆세계 자동차 수요 감소가 원인

박명수 고용정보원 인력수급전망센터 연구위원은 “자동차 산업에서는 가계부채 부담, 신모델 대기 수요 등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생산 수준이 하반기 정체되는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소·중견 부품업체는 적합한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인력난이 보다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세계 자동차 수요 증가세가 하반기에 크게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정위기를 겪은 서유럽 침체 장기화, 동유럽 시장 둔화, 중국시장의 안정세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마케팅을 강화하고 신차를 내놨지만 전반적 경기 부진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관세 인하 등으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계산업은 3.9%포인트 증가

반면 다른 산업은 일자리 증가 폭이 늘거나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 디스플레이, 반도체, 전자, 철강산업은 증가 폭이 늘었고 섬유는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유덕 산업기술진흥원 인력기획팀장은 “기계와 섬유는 중소업체(300인 미만)에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는 대규모 업체(300인 이상)에서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자는 중소·대규모 업체에서 고르게 늘고, 철강은 실질적 회복이라기보다 상반기 급락에 따른 기저효과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특히 기계산업의 일자리 증가세가 눈에 띈다. 기계산업은 작년 하반기와 올 상반기 1.7%씩 일자리가 늘었는데 올 하반기엔 5.6% 증가할 전망이다. 상반기에 비해 3.9%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일자리 수로 보면 2만여개에 달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