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중 교수 "총장 임기 5년간 한·일 가교역할 전력 다할 것"

한국국적 재일학자로 첫 日종합대 총장 오른 강상중 교수

'고민하는 힘' '마음' 등 베스트셀러
'한국의 동북아 허브' 역할 강조
최근 논란 '귀태' 단어 처음 사용
한국 국적의 재일동포 2세 학자인 강상중 교수(63·사진)가 일본 사립 세이가쿠인대 총장에 선임됐다.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학자가 일본 종합대학 총장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이가쿠인대는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현 총장의 후임자로 강 교수를 선임했다”며 “임기는 내년 4월부터 5년간”이라고 발표했다. 세이가쿠인대는 기독교계 사립대학으로 일본 사이타마현에 있다. 강 교수는 총장 취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어 사립대로 옮겼는데 총장까지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5년간의 임기 동안 우리 학교가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950년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폐품수집상의 아들로 태어난 강 교수는 독일 뉘른베르크대에서 정치사상사를 전공한 뒤 1998년 한국 국적의 재일동포로는 처음으로 도쿄대 정교수에 임명됐다. 이후 도쿄대 사회정보연구소와 정보학연구소 교수, 현대한국연구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4월엔 정년을 2년 앞두고 세이가쿠인대로 직장을 옮겼다.

그는 일본에서 100만부 이상 팔린 ‘고민하는 힘’을 포함, ‘살아야 하는 이유’ ‘마음’ 등 여러 저서를 통해 재일동포의 정체성과 한·일 관계 등 다방면에 걸쳐 독특한 견해를 펼쳐왔다. 일본 방송사 메인 뉴스의 단골 해설자로도 활동해 일본 사회에서 인지도가 높은 학자다. 재일동포 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는 등 일본 사회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지만 그의 강연엔 항상 수백명이 몰려들 정도로 열성팬이 많다. 지난 3월 도쿄대에서 열린 고별강연에도 200명가량의 대학원생과 외부 인사가 몰렸다.

강 교수는 평소 ‘동북아 허브’로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지난 고별강연에서도 그는 “한국은 유럽 틈바구니에서 완충 역할을 한 베네룩스 3국(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같아야 하며 그런 힘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비하 논란으로 파문을 일으킨 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발언으로도 최근 유명세를 탔다. 홍 의원이 박 대통령을 ‘귀태(鬼胎·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의 후손’이라고 칭하면서 쓴 ‘귀태’라는 단어는 강 교수가 현무암 교수와 공동으로 쓴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