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TV '습격사건'

출근길엔 어제 못 본 드라마 폰으로 즐기고 …
집에선 인터넷 콘텐츠 대화면 TV로 옮겨 보고 …
#1. 김지연 씨(28)는 회사에 오갈 때 지하철에서 태블릿PC로 드라마를 본다. 모바일 게임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드라마광’인 그녀는 ‘손안의 TV’ 덕분에 출퇴근 시간이 즐겁다. 퇴근 후에도 침대에 누워서 보다가 잠들기도 한다.

#2. 얼리어답터인 한지수 씨(42)는 애플TV를 이용해 아이폰에서 보던 유튜브 동영상을 TV 화면으로 즐긴다. 틈날 때마다 유튜브 동영상을 검색하는 것이 취미인 그는 인상 깊게 본 동영상은 기억해 뒀다가 커다란 TV 화면으로 미러링해 재생한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방송이나 영상을 시청하는 ‘모바일 TV족’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이동통신 이용자 23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0%가 방송·영상을 볼 때 스마트폰을 첫 번째 시청기기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두 번째 시청 기기로 스마트폰을 꼽은 응답도 39%에 달했다.

스마트폰에서 보던 영상을 아예 거실 TV로 끌어와 재생하는 길도 다양해지면서 모바일 콘텐츠가 거실을 점령하는 모양새다. 통신사 플랫폼·인터넷사업자 등 다양한 기업에서는 모바일 TV, 기기연동 서비스를 내놓으며 ‘거실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모바일 TV 전성시대 모바일TV의 인기에 국내에서는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거세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N스크린 서비스 ‘푹(pooq)’은 영화까지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최근 내놓았다. 무료 영화 서비스인 ‘PLAYY 테마 영화’와 유료 영화 서비스인 ‘PLAYY 웰메이드 영화’를 지난달 30일 출시한 것이다. 인터넷 사이트(www.pooq.co.kr)와 ‘푹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KT미디어허브의 모바일TV 서비스 ‘올레 tv 나우’는 56개 실시간 채널과 4만3000여편의 TV 다시보기, 영화, 애니메이션 등 주문형비디오(VOD)를 보유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모바일 IPTV인 ‘B tv 모바일’은 지난달 기존 HD 화질 대비 2배 이상 선명한 풀HD 실시간 방송을 선보였다. KBS2와 tvN 이외에 류현진 출전 경기를 중계하는 MLB ch1은 1920×1080픽셀에 전송속도도 4Mbps에 달하는 풀HD 방송의 해상도를 제공한다.

모바일TV를 시청하면 포인트가 쌓이는 서비스도 나왔다. 현대HCN과 판도라TV가 제공하는 실시간 N스크린 TV 서비스 ‘에브리온TV’는 시청시간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하는 ‘온포인트’ 서비스를 1일부터 시작한다. 에브리온TV를 1분 이상 시청하면 시청시간 1분당 1포인트가 적립된다. ○TV로 스마트폰 콘텐츠 본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를 TV와 연결해 인터넷 콘텐츠를 TV로 즐기는 기기나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TV가 제공하는 동영상을 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즐기던 동영상을 TV를 통해 보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콘텐츠를 제공하는 동시에 리모컨 기능까지 하는 셈이다.

최근 가장 ‘핫’한 아이템은 구글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발표한 저가의 TV스트리밍 어댑터 ‘크롬캐스트’다. USB 메모리 스틱을 닮은 이 어댑터를 HD급 TV 수상기의 HDMI 단자에 꽂으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 노트북에 있는 콘텐츠를 TV에서 볼 수 있다. 누구나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는 35달러(약 4만원)의 가격에 출시돼 하루만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다. 클라우드 기술을 통한 스트리밍 방식을 사용했다.

TV에서 콘텐츠를 재생하는 도중에 모바일 기기로는 다른 작업을 할 수 있어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주요 모바일 기기 운영체제(OS)인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 iOS뿐 아니라 맥 윈도 크롬 등 주요 OS도 모두 지원한다.

앞서 애플은 애플TV에 이와 유사한 ‘에어플레이’ 기능을 선보였다. 에어플레이를 이용하면 애플 기기 간에는 자유롭게 호환되지만 다른 OS와 호환되지 않는다는 점이 단점이다. 비싼 애플TV(99달러)를 구입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인텔도 노트북 영상을 무선으로 TV에서 재생하는 ‘와이다이(WiDi)’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윈도 기반의 노트북 TV에서 볼 수 있다. 다양한 노트북이 이 무선디스플레이 기술을 지원하지만 아직까지는 TV 수신기종에 제한이 있다. 인증을 받은 제품들 간에 플랫폼 OS 제조사와 관계없이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은 비영리단체인 ‘와이파이 얼라이언스’가 미라캐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구현하고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