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물가 '비상'…가공식품·채소·생선값 '들썩'

우유값 10% 이상 올리기로
계란값도 크게 상승…빵·과자·커피 등 인상 유발

긴 장마·적조현상 겹쳐 신선식품도 '빨간불'
하반기 식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이달부터 우유값이 오르면서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의 도미노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또 장마 장기화와 남해안 적조 확산으로 채소와 수산물의 작황이 악화하면서 서민 장바구니 물가가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다.

가공우유의 원료인 원유(原乳) 값은 1일부터 ℓ당 834원에서 970원으로 12.7% 오른다. 이에 따라 매일유업은 오는 8일부터 1ℓ짜리 우유값을 2350원에서 2600원으로 10.6% 인상하기로 했다. 서울우유 남양유업 등도 순차적으로 값을 올릴 예정이다. 우유값 상승은 빵 과자 커피 등의 가격 인상을 유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계는 우유값이 10% 오를 경우 요구르트 9%, 커피음료 6%, 분유 3% 정도의 인상요인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지난 30일 대형마트 관계자들을 불러 우유가격 인상 억제를 독려했지만 원유값이 오른 데다 최근 ‘갑(甲)-을(乙)’ 논란의 중심이었던 우유 대리점업계에도 적정 마진을 보장해줘야 할 상황이어서 물가안정 시책이 제대로 먹혀들기 어려운 여건이다.

빵, 과자의 주 원료인 계란 가격도 크게 올랐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특란 1개 도매가격은 146원으로 지난달(126원)보다 15.8% 상승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재료 값이 이처럼 오르면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긴 장마와 남해안 적조현상으로 신선식품 물가도 빨간불이 켜졌다. 31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거래된 상추 4㎏ 도매가격은 3만3507원으로 한 달 전보다 135.5% 올랐다. 풋고추와 토마토도 각각 207.6%, 24.5% 뛰었다. 호박, 오이, 얼갈이 등의 소매가격은 20% 이상 올랐다. 이종철 롯데마트 채소 담당은 “긴 장마로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재배기간이 비교적 긴 호박 풋고추 얼갈이는 물론 토마토 등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남해안 적조 피해로 우럭과 참돔 등의 수산물 가격도 오를 전망이다. 수산업계는 하반기 우럭과 참돔 가격이 20%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겨울철 필수품으로 떠오른 다운패딩 가격도 거위털 가격이 30% 이상 뛴 영향으로 작년보다 5% 정도 오른 가격에 신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날 내놓은 ‘물가보고서’에서 “기상여건 악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과 함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맞물린 원·달러 환율 상승 우려가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올 하반기 소비자물가가 작년 동기보다 2.1% 상승해 상반기(1.3%)보다 상승 폭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