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있고 값 싸다" 입소문…해운대 전통시장 '바캉스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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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식 단장 뒤 젊은층 몰려…크루즈선박 中·日 단체관광
음식점 매출 20% 늘어
지난 30일 오후 8시 부산 해운대전통시장. 이곳에서는 불황을 찾아볼 수가 없다. 시장 입구 아이스크림 가게에는 2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서울 서초동에서 온 대학생 김경민 씨(22)는 “해운대해수욕장 폐장시간인 오후 6시까지 바다에서 놀다가 친구들과 이곳을 찾았다”며 “재래시장이 깨끗하고 떡볶이, 칼국수 등 먹거리도 많은 데다 가격도 싸 ‘짱’”이라고 말했다. 시장 안쪽 꼼장어집과 만두집, 선술집 앞에도 손님이 10여명씩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꼼장어집 직원은 “자리가 없어 20~30분 기다려 음식을 먹고 간다”며 “오후 5시 이후에는 늘 손님이 몰린다”고 즐거워했다. 이곳 103개 음식점은 2~3년 전보다 매출이 평균 20% 이상 늘었다. 정영근 해운대전통시장상인회장은 “해운대관광특구의 명성을 살려 재래시장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며 “아케이드 등을 설치해 손님들이 편리하게 찾을 수 있는 시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운대지역에 손님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2008년 8월 관광특수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질퍽거리던 시장 바닥에 보도블록을 깔고 햇빛가리개를 설치하는 등 현대식으로 단장하면서 찾는 사람이 늘었다. 이 일대는 특급호텔도 많고 걸어서 5분이면 바닷가에 갈 수 있는 데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전통시장도 있는 등 최적의 관광객 유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4년 전만 해도 하루 1만명도 안 되던 손님이 올해 들어선 3만명을 넘어섰다”며 “특히 해운대전통시장은 전국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전통시장이 됐다”고 소개했다. 최근엔 크루즈선을 타고 오는 중국 및 일본 관광객들도 해운대해수욕장에 들렀다가 해운대전통시장을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해운대지역을 찾은 사람은 모두 313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3만9000명보다 10.4%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렇게 되자 파라다이스, 부산웨스틴조선 등 이 지역 호텔도 이 기간 8500실이 예약돼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늘어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배덕광 해운대구청장은 “앞으로 여름철만이 아니라 사계절 내내 내국인과 외국인들이 찾는 지역이 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