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갑도 차장 "초졸학력 나를 강하게 키운 건 내 안의 궁핍선생"

'배움은 배신하지 않는다' 자서전 낸 기아차 기술직 스타강사

소년가장의 43년 인생역전 스토리
이삼웅 사장이 직접 추천사 써줘
22년째 기술·심리·일본어 강사로
어려서 부모를 여읜 한 소년은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 1학년을 끝으로 학교를 떠나야 했다. 먹고 살기 위해 분식점 종업원, 요정 심부름꾼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43년이 지난 지금, 그 소년은 현대·기아자동차 직원 교육을 담당하는 사내 스타강사가 됐다. ‘배움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자전적 자기계발서를 지난달 출간한 최갑도 기아차 생산교육팀 차장(57·사진)의 인생역전 얘기다. 이삼웅 기아차 사장은 책 추천사에서 최 차장의 ‘무한 배움’을 극찬했다.

경기 광명시 소하동 기아차 생산교육센터에서 최근 최 차장을 만났다. 청소년 때부터 시작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물었다. 그는 한마디로 “‘궁핍선생’을 잘 모셨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궁핍선생은 자신의 부족함을 스승 삼아 이를 보완하려는 자세를 뜻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고 있어요. 이를 인정하고 채우려고 노력할 때 발전하게 된다는 걸 자연스레 깨닫게 됐어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3세 때 어머니를, 10세 때 철도공무원이었던 아버지마저 잃고 소년가장이 됐다. 5남매는 각자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최 차장은 생업전선에 뛰어들긴 했지만 “언젠가 다시 공부를 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고 했다.

첫 기회는 18세 때 찾아왔다. 요정 심부름꾼으로 일하던 그에게 사장이 ‘기술하사관’을 권유한 것. 최 차장은 “군에서 기술까지 배울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며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중고 책을 사다 공부했다”고 말했다. 8년간 군복무를 한 최 차장은 군에서 중장비 정비기능사 1급까지 딴 뒤 대학 진학을 위해 전역했다. 1년 만에 고입검정고시와 대입검정고시에 통과한 그는 창원기능대에 합격했다.

1987년 기아차에 입사하면서 제2의 인생을 맞았다. 당시 최 차장 채용을 담당했던 인사과장이 현재 이삼웅 사장이다. 최 차장은 연구소 내 자동차 엔진실험실로 배치됐고 담당보직은 설비관리였다. 당시 ‘생산직은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그는 영어로 된 설비 매뉴얼과 기술서적을 탐독했다. 전량 수입하던 엔진 테스트용 온도센서를 국산화하는 등 여러 연구실적을 냈다. 그는 “당시 하루 3시간씩만 자며 영어 일본어 등 어학공부도 함께 했다”며 “기아차 생산직 중 처음으로 오스트리아 AVL연구소로 3개월 기술연수를 다녀올 기회도 생겼다”고 말했다. 또 “영어 매뉴얼은 물론 일본 기술서도 여러 권 번역했다”며 “성과를 내니 회사에서 사내 강사자리까지 제안했다”고 회고했다. 1991년 생산직에서 사내 강사로 옮긴 건 그에게 있어 제3의 인생이었다. “자동차 구조학, 엔진, 공장자동화 등 기술관련 수업은 물론 일본어, 현대차그룹 문화, 심리분석 등도 강의했어요. 제가 19년째 하고 있는 심리강의를 직원들이 좋아합니다.” 최 차장은 “가정과 조직이 안정되면 제품 생산성과 품질이 향상되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이 강의를 듣고 가정불화, 조직원 사이의 갈등을 해결한 직원들이 찾아와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최 차장은 현재 명지대 기업교육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정년퇴직한 뒤 제4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찾아가 강의를 하고 싶습니다. 기술서 번역 등 책도 쓸 계획이고요. 하고 싶은 게 많으니 퇴직도 두렵지 않습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