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현대차그룹 위기, 과장이 아니다

안방도 장담못할 경쟁 상황 속 규제·죽창시위에 발목잡힌 현대차
과연 미래 먹거리 준비할 수 있나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dkcho@mju.ac.kr >
세상에 벼락같이 찾아오는 일은 없다. 모든 일에는 전조가 있다. 위기는 절정에서, 기회는 바닥에서 온다. 그런 점에서 최고의 실적은 역설적으로 ‘감춰진 재앙’일 수도 있다. 기업이 잘나간다고 여겨질 때 ‘위기관리’가 더 절실히 요구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빅5’를 굳힌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아차를 통합해 플랫폼을 공유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꾀했고, 디자인을 혁신해 ‘패밀리 룩’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계열사 모비스와 글로비스를 설립해 부품을 모듈화하고 해외 운송체계를 효율화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감성 마케팅전략도 주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해직된 구매고객의 차량을 되사줌으로써 미국 소비자의 마음을 얻었다. 그리고 운도 따랐다. 미국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 일본의 대지진과 일본 부품기업이 몰려 있는 태국의 홍수는 반사이익을 가져다주었다. 현대차그룹의 순조로운 성장은 하지만 여기까지다. 이제는 실력만으로 글로벌 선도기업과 경쟁하는 진검승부만 남았다. 현대차그룹을 위협하는 위기 요인은 도처에 깔려 있다. 우선 국내시장에서 국산차에 대해 예전 같은 충성도를 기대할 수 없다. 2009년 4.9%에 지나지 않던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올 상반기에는 11.9%로 무려 2.4배 증가했다. 대외경제 환경도 현대차에 유리하지 않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인하와 ‘엔저’로 독일·일본산 수입차 가격이 현대차 경쟁차종보다 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일정 부분 나타나고 있다. 강성 노동조합은 여전히 아킬레스건이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신규 채용 인원 사전 협의, 해외공장 신설 시 노사공동위원회 심의·의결 등은 누가 봐도 무리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노사협상 결렬은 특근 거부로 이어졌다. 미국 시장에서 올 1~7월 판매량을 기준으로 GM, 도요타 등 주요 7개 업체 중에서 현대차 그룹만이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특근 거부로 인한 수출물량 생산 차질이 직격탄이 된 것이다. 어이없는 ‘기회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라인홀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는 노조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니버는 “이익집단은 자신의 특권을 평등과 정의로 포장하며, 자신들의 특권이 보편적 이익에 봉사한다는 것을 논증하려 노력한다”고 설파했다. 그는 집단의 일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윤리의식만으로는 부족하며, 사회가 강제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치’가 그 대안인 것이다. 노조 활동은 당연히 보호돼야 하지만 민주노총과 사회주의적 노동단체로 구성된 소위 ‘희망버스 시위’는 차원이 다르다. 죽창을 휘두르는 등의 불법행위는 산업평화 정착을 위해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하지만 공권력은 솜방망이를 넘어 직무유기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의 최대 위협요인은 ‘일감 몰아주기’ 시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정상적인 거래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회사가 직접 수행할 경우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 기회를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사업능력 신용도 품질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조직을 ‘사업부제’로 할 것인가 아니면 ‘계열조직’으로 할 것인가는 기업의 자율선택 영역이다. 하지만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의거, 현대차그룹은 내부거래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설명의무를 져야 한다. 이는 글로벌 경쟁기업 누구도 차지 않는 ‘모래주머니’를 홀로 차는 격이다. 위협 요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가격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생산성 제고가 절실하다. 주요 자동차 생산업체 중 차 한 대 만들어내는 데 30시간 이상 걸리는 곳은 현대차그룹뿐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소비자의 신뢰 구축도 중요하다. 지난해 미국에서 불거진 연비 과장 논란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이 같은 성찰과 준비가 결여됐다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이다.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dkcho@mj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