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이기는 기업들] 현대중공업, '정밀탐지' 디지털 레이더 개발…'IT선박혁신' 스마트십 2.0 질주

김외현 현대중공업 사장(앞줄 오른쪽 두 번째)과 박맹우 울산시장(첫 번째) 등이 지난달 울산 현대호텔에서 레이더 시스템을 둘러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은 기존 조선 분야에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융합 분야를 개척해 국내 조선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이 분야에서 올린 대표적인 성과는 지난달 2일 개발에 성공한 차세대 ‘선박용 디지털 레이더’다. 레이더는 ‘선박의 눈’ 역할을 하는 핵심 장비지만 그동안 일본 유럽 등 해외에서 주로 수입해왔다. 이번에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한 디지털 레이더는 해상도가 기존 제품보다 두 배 이상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악천후 속에서도 10㎞ 밖에 있는 70㎝ 정도의 소형 물체까지 탐지할 수 있다. 핵심 부품의 수명도 3000시간에서 5만시간으로 16배가량 늘렸다. 군사용은 물론 해양 설비, 항공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차세대 레이더 시스템을 현재 개발하고 있는 ‘스마트십 2.0’과 연계해 새로운 선박통합운항시스템을 내놓을 계획이다. 스마트십 2.0은 현대중공업이 2011년 선보인 선박통합운항시스템 스마트십 1.0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기관장치 외에 운항 시스템, 외부 환경정보, 타선박 등의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만든 ‘조선 IT융합 혁신센터’는 이 회사가 꾸준히 조선-IT 융합 분야에서 신기술을 내놓을 수 있는 원동력이다. 이 센터에서는 대기업과 중소 IT기업이 협력해 조선산업에 필요한 IT 융합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정부가 IT 융합시장 활성화, 주력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이 사업에 총괄 주관 기관으로 참여해 2014년 3월까지 2년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조선 IT융합 혁신센터는 친환경 안전 생산성 등 3대 분야를 중점 협력 분야로 선정하고 △선박 에너지 절감 지원 솔루션 △선박 안전 운항 시스템 △선박 건조 응용기술 개발 등과 같은 차세대 선박 기술과 고부가가치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러시아 브라질 등 주요 신흥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흥국 현지에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장비 공장을 준공해 시장 선점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에는 글로벌 기업 중 최초로 5000만달러를 투자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고압차단기 공장 ‘현대일렉트로시스템’을 준공했다. 고압차단기는 초고압 송전 전류를 연결 및 차단하는 장치로, 전력설비를 구성하는 핵심 기기 중 하나다. 이 공장은 10만㎡ 면적에 지어 110~500㎸급 고압차단기를 연간 350대 생산할 수 있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 거둔 매출의 5배인 2억달러를 연매출로 올릴 수 있는 규모다. 러시아 고압차단기 시장 규모는 매년 10%가량 성장해 2017년에는 약 7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브라질에서는 지난 4월 1억7500만달러를 투자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 이타치아이아시에 매년 3000여대의 건설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56만2000㎡ 규모 건설장비 공장을 준공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브라질 북부 파라주의 수력발전소 건설, 북동부 철도공사 등 총 8개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6000만달러 규모의 건설장비 500여대를 수주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올해 브라질에서만 3억2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