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盧, 'NLL 없애자' 김정일 발언에 동조"

국정원장 첫 국조 증언

NLL대화록 공개는 독자적 판단한 것
국정원 직원 댓글은 정상적인 대북 심리전
< 고개숙인 국정원장 >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오른쪽)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기관보고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마친 뒤 신기남 위원장(왼쪽)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5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관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의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없애자는 발언에 동조했으니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NLL) 포기(발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이날 역대 국정원장 가운데 처음으로 국정조사 기관 증인으로 나와 비공개 회의 때 이같이 발언했다고 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이 전했다. 이날 회의는 남 원장의 인사말과 신기남 특위 위원장의 모두발언, 여야 의원 2명씩의 기조발언만 공개되고 나머지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남 원장은 비공개 회의 때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김정일과의 남북 정상회담 때 NLL 포기발언을 했다고 보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NLL 대화록에 NLL 포기란 단어는 없지만 등거리·등면적이란 단어가 안 나온다. 포기라고 본다”고 답했다.

남 원장은 지난 6월 NLL 대화록을 공개한 것은 자신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도 했다. 국정원이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을 통해 NLL 대화록을 공개한 것이란 야당 주장을 부인한 것이다.

의원들이 “노 전 대통령이 전직 국군 통수권자이고, 당시 남 원장이 육군 참모총장이었는데 노 전 대통령을 믿느냐”고 묻자 남 원장은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정원 직원들이 지난해 대선 때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인 댓글을 단 것은 잘못 아니냐는 지적에 남 원장은 “직원 신분이라기보다 개인적 신분으로 댓글을 단 것으로 안다. 그러나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다만 남 원장은 “(댓글 사건은) 정상적인 대북 방어 심리전 활동을 대선 개입으로 오도한 것”이라며 “북한의 대남 선전 활동이 증가 추세여서 댓글 등 사이버 심리전은 필수 불가결하다”고 해명했다.

권 의원이 “댓글 사건이 대선에 영향이 있었다고 보느냐”고 묻자 남 원장은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고 했다. 특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전·현직 국정원 직원이 특위에 출석하려면 국정원장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원장으로서 사인해줄 용의가 있느냐”고 질의하자 남 원장은 “사안별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남 원장은 “국정원 대북심리전단은 2005년 1개팀으로 출발해 2009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4개팀으로 확대됐다”며 “확대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가가 있었다”고 했다고 정 의원이 전했다.

남 원장은 공개 회의 때 인사말을 통해 “국정원 수장으로서 지난 대선 때 진위를 떠나 저희 직원이 연루된 사건으로 국민에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비공개 회의 때도 국정조사에 출석한 심정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뼈를 깎는 노력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고, 다시는 이런 자리에 서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특위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이 대선 개입이라 규정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남 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댓글 활동이 북한 및 종북세력의 사이버 선전 선동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오히려 민주당이 국정원 전·현직 직원을 매수해 정치 공작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이태훈/추가영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