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금리 상승세 확산…적격대출·'목돈 안드는 전세'상품 관심

경기회복기 예금·대출 전략

정기예금 금리도 상승 조짐
신한銀 일부상품 0.2%P 인상

만기 긴 예금부터 오를 가능성
장기 상품 위주 전략 짜야
은행권의 대출금리 상승세가 상품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적격대출은 물론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상품 종류를 가리지 않고 금리가 오르는 추세다. 때문에 기존 변동금리 대출 이용자들은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한지 따져봐야 할 시기다. 또 대출이 필요한 경우라면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은행권은 대출금리 인상에 이어 예금금리도 올릴 채비를 하고 있다. 5년간 지속된 저금리 추세가 더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예상이다. 금리 상승폭은 제한적이지만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했던 투자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은행 예금·대출 금리 바닥 다져

6월 시중은행의 예금과 대출 평균 금리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6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2.66%, 대출금리는 연 4.52%로 5월보다 각각 0.01%포인트, 0.1%포인트 하락했다. 1996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한은은 “여·수신 금리 하락폭이 줄어들고 있다”며 “금리 하락폭이 점차 둔화하고 있는 만큼 추가 하락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바닥을 다지고 반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대출금리는 전방위적으로 오르는 모습이다. 은행들은 5월 이후 국고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적격대출 금리를 대폭 올리고 있다. 적격대출은 만기가 10~30년인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적격대출인 ‘씨티장기고정금리주택담보대출’ 30년 만기 상품의 금리는 지난달 26일 기준 연 5.21%로 적격대출을 판매하는 14개 은행 중 가장 높다. 한국씨티은행의 적격대출 상품 금리는 5월 중순만 해도 연 3.88%였다. 그러나 6월 이후 매주 금리를 올리면서 지금은 유일하게 연 5%대를 유지하고 있다.

외환은행도 5월 중순 연 3.9%였던 적격대출 금리를 연 4.57%로 2개월 남짓한 사이 0.67%포인트 올렸다. 대구은행(0.62%포인트), 한국SC은행(0.62%포인트), 우리은행(0.6%포인트) 등도 인상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코픽스 연동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나 신용대출 금리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은행들은 “시장금리 상승을 반영, 대출금리를 올렸다”며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국고채 등의 시장금리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다 보니 이에 연동되는 대출금리 또한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변동금리냐, 고정금리냐

대출금리의 전방위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신규 대출자는 물론 기존 대출자에게도 큰 부담을 안겨줄 전망이다. 대출 만기가 돌아와 이를 연장해야 하는 기존 대출자나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채무자 모두 오른 금리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그간 금리 인하 때마다 변동금리, 고정금리 대출자의 반응은 엇갈렸다. 변동금리 대출자는 금리 인하의 혜택을 보지만 고정금리 대출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신규 가계대출을 받은 사람 가운데 고정금리를 선택한 비율은 지난해 11월 50.5%로 정점을 찍은 뒤 7개월 만에 40.4%로 10.1%포인트 줄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고정금리 대출자들의 이자비용 부담이 변동금리 대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랬던 두 집단의 표정이 최근에는 정반대다.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금리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리 인상이 점쳐지면서 마음이 급해진 대출자들이 은행별 금리를 따져가며 눈치를 보는 것이다. 금리 반등세에 따라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상환수수료를 감안해도 고정금리로 바꾸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계산이 확실해지면 갈아타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새로 나온 전세대출 상품 주목

최근 전셋값 급등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심해지자 정부와 금융권은 이달 중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연 4%대의 저금리로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상품은 크게 두 가지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대출받고 이자는 세입자가 내는 ‘목돈 안드는 전세Ⅰ’과 세입자가 ‘전세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은행에 넘기고 저리로 대출받는 ‘목돈 안드는 전세Ⅱ’다.

‘목돈 안드는 전세Ⅰ’의 경우 집주인이 자신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아 임차보증금처럼 이용하는 대신 세입자가 이자를 내는 방식이다. 예컨대 보증금 1억2000만원짜리 전셋집에서 3000만원을 더 올려 재계약하는 경우 집주인은 증액분인 30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고, 이자(금리 연 4.5% 적용시 월 11만2500원)는 세입자가 내는 구조다.

‘목돈 안드는 전세Ⅱ’는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인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은행에 넘기고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낮추는 방식이다. 전세 계약기간 2년이 지나면 은행이 보증금을 가져갈 수 있고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서기 때문에 은행이 금리를 다소 낮출 여력이 생긴다.

○예금금리도 들썩이기 시작

5년째 내림세를 이어가던 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올라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방침에 따라 금리 산정 기준 중 하나인 은행채 금리가 급격히 상승한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대출금리 상승세에는 미치지 못한다.

신한은행은 최근 일부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이 해당 상품의 금리를 올린 것은 2011년 1월 이후 2년5개월 만의 일이다. 3년 만기 ‘민트정기예금’ 등 상품 5종의 금리는 연 2.7%에서 연 2.8%로 0.1%포인트씩 올랐다. 같은 상품의 4년 만기 금리는 연 2.9%로, 5년 만기는 연 3.0%로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높아졌다.

신한은행의 정기예금 금리 인상은 은행권 예금금리 인상의 신호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발빠르게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은행권이 예금금리와의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금리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저금리의 직격탄을 맞았던 예금 생활자들은 금리 상승에 따라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월 말 기준 전체 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572조원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예금금리가 평균 0.5%포인트 오를 경우 전체 이자 수입은 2조8600억원가량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만기가 긴 예금부터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해 장기 상품 위주의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예금은 금리 상승 추이를 감안해 가입 시기를 다소 늦추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 가입한다면 만기가 3~6개월로 짧은 단기 예금에 넣었다가 금리 추이를 보면서 장기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