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매각, 국민연금 '변수'로

MBK파트너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됐지만
해외투자자로만 구성…대주주 적격심사 '걸림돌'
국민정서 고려…연금 등 국내 출자자 유치 나서
▶마켓인사이트 8월7일 오후 4시 10분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로 구성된 PEF에 대형 보험사의 경영권을 넘길 수 있느냐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대주주 적격 심사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민정서나 금융당국의 판단이 ‘론스타 트라우마’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MBK파트너스도 이 같은 가능성을 의식해 최근 국내 투자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MBK, 국내 자금 유치 나선 까닭은 7일 금융당국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인수를 위해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 국내 펀드투자자(LP)들에 출자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MBK는 당초 ING그룹에 자체 펀드 자금과 해외 공동 투자자들로부터 인수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제안했다. 국내 LP들에는 투자 의사를 묻지도 않았다. 하지만 우선협상자가 된 뒤 태도가 바뀌었다.

MBK가 국내 자금을 받으려는 것은 해외 투자자들이 중심이 된 PEF에 국내 주요 보험사를 맡길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2003년 론스타 펀드의 외환은행 인수가 사회적 논란이 된 뒤 해외 자본의 금융회사 인수를 까다롭게 심사하고 있다. MBK는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에서 자금을 유치하면 이런 논란을 불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별 투자 규모는 500억~1000억원 정도를 희망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국부펀드라는 상징성 때문에 더욱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금 “이미 보험 투자가 많아서…”

연기금들은 ING생명 투자가 매력적인 편이라는 판단이다. MBK는 ING생명 지분 100% 인수 자금과 비용 등을 포함해 1조8000억~1조9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 중 주식 인수 자금은 1조원이다. 후순위 8000억원은 자체 펀드, 공동 투자자, ING그룹 재투자금 등으로 충당한다. 국내 연기금에서 투자받을 금액은 중순위 자금으로 2000억원 정도다. 연기금 관계자는 “8000억원의 안전장치에 연 7~8% 안팎 금리를 받을 수 있어 해볼 만한 투자 대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투자 포트폴리오 전반을 따지면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미 투자한 보험사가 많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동양생명, KDB생명, 미래에셋생명, 교보생명 등에 투자했다. 투자금 회수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금융당국 “꼼꼼하게 심사 계획”

금융당국은 PEF가 대주주 적격 심사를 신청할 경우 꼼꼼하게 심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PEF가 직간접적으로 경영하는 보험사가 늘면서 장기 성장보다는 단기 투자 성과에 집착해 결과적으로 보험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ING생명은 PEF가 경영권을 인수할 경우 향후 5년간 회사를 되팔지 않는다는 조건을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보험사 경영권을 단기간에 사고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주주 승인 신청이 들어오면 관련 법률에 따라 세심하게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