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Go! 열전 ④] 민사고의 '교육실험'은 현재진행형… 교실 없애고 학생 6명에 교사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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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기업 아냐… '고비용·저효율 교육'이 자랑" 학생에 최고 서비스지금의 대입은 고입에서 결정됩니다. 어느 대학에 합격하느냐에 앞서 어떤 고교에 진학하느냐가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그러나 개별 고교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에 한경닷컴은 국내 유수 명문고들의 우수 커리큘럼과 다양한 교육과정을 소개하는 '명문Go! 열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일반계 고교뿐 아니라 자율형사립고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영재학교 등 다양한 학교에 대한 기사가 진로·교육 문제로 고민하는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강원도 횡성의 민족사관고 교정은 여름방학 기간에도 활기가 넘쳤다. 휴가철 영동고속도로가 막히자 차머리를 돌려 민사고를 찾은 가족이 종종 눈에 띄었다. 한옥식 건물을 둘러보던 초등학생 자녀가 거푸 "학교 멋있다"고 감탄하자 부모는 "나중에 이 학교 다니면 좋겠지?"라고 권하며 웃었다. 예절교육을 중시하는 학풍 덕분인지 학생들은 낯선 외부인에게도 꼬박꼬박 인사했다.민사고는 한국 자사고의 롤모델이다. 1996년 개교 후 소수정예교육에 전국단위 선발, 전원 기숙생활 등 기본틀을 짰다. 역대 졸업생 가운데 국내 진학 학생의 75%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KAIST에, 해외 진학 학생의 30%는 하버드 프린스턴 스탠퍼드대 등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10대 명문대에 진학했다.
교과교실제·무학년무계열제·선택형교육 등 과감한 시도 '벤치마킹 모델'
아이비리그 등 해외 진학실적 최고… 최근 3년간 서울대 진학률 급상승
그러나 민사고는 진학 실적보다 앞서가는 교육철학과 민사고만의 스토리로 평가받고 싶어했다. 저돌적 교육실험으로 새로운 교육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파스퇴르유업 창업주이자 민사고 설립자인 최명재 이사장이 내건 '민족정신으로 무장한 지도자 양성'이란 목표답게 학교 곳곳에 특유의 색깔이 배어있다. 교문 양쪽으로 충무공 이순신과 다산 정약용의 동상이 서있다. 본채 건물도 충무관과 다산관으로 명명됐다. 학교 관계자는 "똑똑하지만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인재는 키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전통의 '자사고 롤모델' 160명 소수정예 위한 '고비용·저효율' 승부수
민사고 교실은 보통의 학교와 달리 '몇 학년 몇 반'으로 표기되지 않는다. 대신 교사 이름과 담당 과목명이 걸려 있다. 대학 교수 연구실과 비슷하다. 적게는 한 자릿수, 많아도 10~15명의 학생이 교실을 찾아와 수업을 듣는다. 소규모 토론·심화수업을 위한 민사고의 교과교실제다. 민사고 법인 이창규 사무국장은 "우리 학교는 교실도 교무실도 없다"고 말했다. 한 학년 160명의 소수정예. 반면 교사진은 70명이 넘는다. 30~40%가 박사학위 소지자이고 나머지도 대부분 석사 이상이다. 우수한 질의 교육환경에 학기당 200개 이상의 강좌가 개설된다. 정규 교과도 학생 5명만 원하면 수업이 만들어진다. 작은 규모의 교실은 영어강의, 실험실습 등 다양한 시도를 가능케 했다.
한만위 기획부교장은 민사고 교육의 특징을 고비용·저효율의 교육실험으로 꼽았다. 기업이라면 문제지만 학교 입장에선 자랑할 만한 내용이란 설명이다. 한 부교장은 "학교 설립 당시부터 교과교실제와 소규모 수업 등 학생들을 위한 교육실험을 계속해 왔다"며 "민사고의 뒤를 이은 후발주자들이 많지만 교사 1명당 학생 6명 꼴의 교사 대 학생 비율은 누구도 못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민사고의 학사 체제는 전반적으로 대학 캠퍼스와 유사하다. 천편일률적 수업을 지양하고, 새로운 내용과 형식의 강좌를 통해 서로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준다. 교사 스스로 강의를 새로 열고 트렌드에 맞춰 학생들이 강의 신설을 요구하기도 한다. 학기 초에는 대학 못지않은 수강신청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 부교장은 "기본적으로 소규모 강좌를 진행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원하면 정규 교과 외에 동아리, 실험 등 개별탐구활동(Individual Research) 과정을 만들어 원하는 내용을 자유롭게 배울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전통의 민사고 답게 자부심도 크다. 그간 시도한 각종 교육프로그램은 그대로 롤모델이 됐다. 무학년·무계열제, 선택형 교육과정, 영어상용화, 6품제 등 전인교육, AP(Advanced Placement) 과목 도입 등 영재교육의 표준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 측은 "내년 개교하는 삼성그룹 자사고인 은성고 교장 내정자도 민사고에 있었던 분인데 학교를 벤치마킹 하고 갔다"고 귀띔했다.
◆ 연·고대보다 서울대 더 많이 진학… 아이비리그 합격자 꾸준히 배출
학교 홈페이지(http://www.minjok.hs.kr)의 '민족을 가슴에 세계를 품안에'란 문구처럼 민사고는 한국적 전통을 품고 해외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교로 유명세를 탔다. 개량한복 교복에 전통 성년례를 치르고 국궁을 배우는 학생들이 하버드 스탠퍼드 프린스턴대 등 아이비리그 해외 명문대에 연이어 합격했다. 때문에 많은 입시 전문가들이 민사고의 강점으로 해외 대학 진학을 말한다.
그러나 선입견과 달리 민사고는 국내 진학 케이스도 많고 진학 실적도 뛰어나다. 한 부교장은 "흔히 민사고 하면 해외 대학 진학을 떠올리는데, 그간 졸업생들의 국내와 해외 진출 비율을 보면 오히려 55:45 비율로 국내가 약간 많았다"며 "최근 들어 해외 대학에 곧바로 진학하는 숫자도 다소 줄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대 진학률이 껑충 뛰었다. 최근 3년간 국내계열 재학생의 46%가 서울대에 진학했다. 2011년 70명 중 34명, 2012년 80명 중 36명, 2013년 93명 중 42명이 서울대생이 됐다. 2013학년도 대입 기준으로 서울대 합격자는 연세대(6명) 고려대(18명) KAIST(8명) 합격자를 합친 수보다도 많았다. 3년 내내 그랬다.
학생 수는 적지만 지난 입시에서 하나고(46명), 용인외고(48명)와 비슷한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다. 합격 비율로 따지면 더 높다. 한 학년 정원은 하나고 200명, 용인외고 350명이다.
민사고 입학 관계자는 "서울대가 수시모집 선발 비중을 높이면서 합격자 수가 늘고 있다"며 "졸업생들이 서울대에 입학해 몇 년간 경영대학 최우수 성적을 기록하는 등 잘하고 있어 민사고 출신을 믿고 뽑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역대 졸업자의 75%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와 KAIST에 들어갔다"며 국내 진학도 해외 못지않게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해외 대학 진학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 전후부터 졸업생을 배출한 민사고의 해외 명문대 동문 숫자가 만만찮다. 2013년 입시에서도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매사추세츠공대(MIT)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존스홉킨스 시카고 UC버클리 케임브리지 등에 1명씩 고르게 합격시켰다. 코넬대 3명을 비롯해 옥스퍼드 브라운 컬럼비아 다트머스 뉴욕대 등에도 2명씩 진학했다.
한 부교장은 "단순히 해외 대학에 합격만 한 게 아니라 가서도 졸업생들이 잘하고 있다"며 "스탠퍼드대 최우등 졸업, 코넬 공대 최우수 졸업 케이스도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해외 대학에 합격하고서도 학사생활을 못 따라가거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며 "해외 언론 조사 결과 민사고 출신들의 중도 이탈률은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낮게 나왔다"고 전했다.
◆ 학생봉사, 지역사회 참여… "전원생활로 호연지기 기르는 학교생활"
이런 민사고 졸업생의 우수성과 적응력은 고교 3년간 생활에서 몸에 익힌 것이다. 부모로부터 독립해 살며 각종 체험활동과 전원생활, 지역사회 공동체생활로 다져졌다. 이창규 법인 사무국장은 "설립정신에 따라 지성과 인성을 고루 갖춘 인재를 기르는 게 목적"이라며 "자연에서 함께 생활하다 보면 경쟁을 즐기고 남을 인정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민사고 부지는 원래 드넓은 목장이었다. 지금도 파스퇴르유업 건물이 학교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파스퇴르 창업주인 최명재 설립자가 1000여억 원의 사재를 털어 학교를 지었다. 하루 4~5차례 인근을 지나는 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일 만큼 깊은 산 속에 있다. 외부 영향 없이 넓은 자연에서 공부하고 뛰어놀며 호연지기를 기르라는 설립자의 뜻이 담겼다.한 부교장은 "소재지 특성상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는 학교들에 비해 불리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탁 트인 맑은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무형의 효과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입학 후 처음엔 불편해하고 불만도 제기하지만 지내다 보면 자립심이 생겨 학부모들이 좋아한다"며 "나중엔 동생에게도 민사고 입학을 추천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우로 유명했던 횡성에 민사고가 새로운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학생들도 지역사회 일원으로 거듭났다. 횡성, 원주 등 인근 초·중등학교에서 방과후수업 교사가 되고 멘토링에 나서는 등 다양한 재능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도민체전에 민사고 학생 100여 명이 횡성군 대표로 출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국장은 "몇 년 전 우리 학생들이 학예회가 사라진 시골 학교에 가서 영어연극, 악기 등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학예회를 다시 연 적도 있다"며 "학생들이 돕고 봉사하는 셈이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 달라지고 오히려 배워오는 게 많다"고 말했다.
공부로 쌓인 스트레스는 전국 각지를 섭렵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날려버린다. 주말을 이용해 설악산 1박2일 종주, 번지점프, 산사 체험 등 다양한 경험을 한다. 학생과 교사들이 상의해 연간 130여 개의 체험활동을 꾸리고 있다. 입학전형부터 체력검정을 실시하며 고3까지 체육수업을 고수하는 민사고다운 '체(體)·덕(德)·지(知)' 수련을 강조한 활동이다.
[100% 실력으로만 학생 선발]
지역균형·임직원자녀·사회통합전형 의무선발 없어
민사고는 100% 실력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지역 의무선발이나 임직원자녀전형, 사회통합전형(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 등이 없다. 여타 자사고들과 다른 점이다. 하나고는 하나임직원자녀전형과 사회통합전형으로 정원의 20%씩을 뽑는다. 용인외고의 경우 용인시지역균형 선발에 30%를 배정하고, 사회통합전형으로 20%(중복적용)를 선발한다.
한만위 부교장은 "동질적인 학생들 수준이 깨지면 수업을 비롯한 학교 운영 자체가 어려워져 순수하게 실력만 평가해 신입생을 뽑는다"며 "지역균형선발 원칙에 따라 시도별 학생 분포를 고려하긴 하지만 '몇 % 선발' 식으로 쿼터를 두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고와 용인외고는 은평구나 용인시에서 지원을 받았지만 민사고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민사고도 사회적 책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돈희 전 교장 시절에 지자체 추천을 통해 영재성을 지닌 저소득층 학생을 정원의 20% 선발하는 '덕고(德高)장학생'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입학 후 수업을 못 따라오거나 중도포기 하는 사례가 확인돼 지금은 중단했다.
대신 학부모가 출연한 기금으로 저소득층 영재를 위한 '다산장학생' 제도를 마련해놓은 상태. 매년 1명씩 선발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실력이 전제됐을 때의 얘기다. 올해로 제도 시행 4년째지만 학교가 원하는 수준을 충족시키는 다산장학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 부교장은 "가정 형편이 어렵지만 민사고에 지원하는 기존 학생들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학생이 있다면 한 명씩이라도 뽑아 키워보고 싶다"며 "최초 사례가 나오고 대외에 알려지면 다산장학생 제도와 유사한 내용의 후원제도가 더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민사고 입학 이렇게 준비하라]
자연계 균형선발… 면접 중요, 체력검사 감점 체크
민사고는 2014학년도 신입생 모집요강을 일찌감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전기에서 전국단위 선발을 통해 165명 이내를 뽑는다. 1단계에서 교과영역 점수 위주로 정원의 3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자기개발계획서, 추천서 등 서류심사 점수와 1단계 점수를 합산해 2배수까지 추린다. 3단계에선 면접과 체력검사를 거쳐 서류·면접·체력검사 결과를 종합해 최종합격자를 가려낸다.
교과영역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의 내신 성적을 모두 반영한다. 국영수뿐 아니라 예체능과 도덕, 역사 과목도 반영하므로 고른 성적이 필요하다. 가중치는 국어·영어·수학·과학(5)이 가장 높고 사회·역사(3), 도덕(2), 기술(가정)·체육·음악·미술(1) 순으로 주어진다.
예년과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지만 자연계 성향 학생들을 균형 있게 선발,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했다. 3단계 전형에서 과학 영역을 면접과목으로 선택하면 영어 반영비율을 낮추고 수학·과학 반영비율을 높게 적용해 선발키로 했다. 학교 관계자는 "인문계 비율이 다소 높아진 추세라 전체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조정했다"고 귀띔했다.
학교가 강조하는 부분은 면접이다. 한만위 부교장은 "성적은 잘 받는데 대학에 가서도 과외 받을 정도로 의존적 학생들이 많은 게 문제"라며 "민사고는 개별·집단면접을 통해 학생이 혼자 해 나갈 수 있는 능력, 스스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본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민사고 지원자는 면접에서 최소한 10명 이상의 교사와 만난다. 면접은 영역당 20분씩, 총 4개 영역 80분간 진행된다. 수험생이 평소 관심 있는 내용이나 능력과 잠재력을 심층적으로 검증한다. 면접 시간이 80분이나 되므로 달달 외워서 통과하기는 어렵다. 이창규 사무국장은 "교사 전원이 투입돼 일일이 수험생을 보면서 4일 동안 면접을 치를 만큼 힘을 쏟는다"고 덧붙였다.입학전형 마지막 단계인 체력검사(남학생 4km, 여학생 3.6km 달리기)는 기준시간 30분을 넘길 경우 감점 요인이 된다. 30분에서 초과된 시간을 입학전형위원회에서 심의해 점수를 부여한다. 학교 측은 "초기에는 체력검사가 패스·논패스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감점 제도로 바꿨다"며 "다만 선천적으로 체육능력이 부족하거나 질병 등 사유가 있을 경우 감안해 평가한다"고 말했다.
횡성=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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