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노믹스' 엇갈린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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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 유지로 기업 '팔팔'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명암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기업 쪽은 햇살이다. 실적 개선 추세가 지속되면서 미래를 위한 투자도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반면 휘발유 가격이 4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서민들의 생활은 시간이 지날수록 팍팍해지는 양상이다.
휘발유값은 껑충 서민 '팍팍'
일본은행은 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지난 4월에 도입한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추가적인 경기부양 조치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믿는 구석은 기업들의 실적이다. 간판 기업인 도요타자동차는 올 회계연도 1분기(4~6월) 영업이익이 88% 증가했고, 소니 등 일본 가전업체도 체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실적이 개선되면서 투자에 나서는 기업도 늘었다. 일본정책투자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자본금 10억엔 이상의 대기업 2205개사 올 회계연도 설비투자액은 총 15조9454억엔으로 전년 대비 10.3% 늘어날 전망이다.
연구개발비도 증가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주요 261개사의 올해 연구개발비는 평균 5.4%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추가 부양 카드를 꺼내 들진 않았지만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상향 조정했던 경기 판단 문구는 모처럼 동결했다. 경기 회복을 마냥 낙관하기엔 불안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휘발유값 상승세가 대표적인 걱정거리다. 지난 5일 기준 일본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60.1엔으로 전주 대비 1.3엔 올랐다. 2008년 10월 이후 4년10개월 만에 가장 비싼 수준이다. 아베노믹스로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입 가격이 오른 탓이다. 소비세 증세도 복병이다. 일본 정부는 2015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현재 5%인 소비세를 10%로 인상할 계획이다. 아베 총리의 경제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혼다 에쓰로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소비세를 한꺼번에 올리는 것은 위험하다”며 “매년 1%씩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