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시장 장악력 '짱짱'… 박리다매 '쏠쏠'

다이소, 영업이익률 1%에도 웃는 이유는
“휴가를 앞두고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가는 길이에요. 집기와 세제도 사고 바캉스 패션에 맞춰 액세서리와 의류도 좀 고르고 애완 용품도 같이 사야겠어요.”(김미영 씨·34)

백화점 얘기가 아니다. 생활용품에서부터 식품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어 ‘다 있소’로 불린다는 다이소 얘기다. 1000원 숍으로 잘 알려진 다이소는 유통업계에 균일가 시장을 형성하며 전국 900여 개 매장으로 세를 확장했다. 2012년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배 증가한 7575억 원, 판매 수량은 연간 5억500만 개, 월평균 4200만 개, 일평균 약 138만 개를 기록하고 있다. 단순 계산하면 국민 1인당 일평균 10개 상품을 구입한 셈이다. 매월 600개 정도의 신상품을 선보이며 대형 유통 업체에 밀리지 않는 기획력을 선보이고 있다. 매장 수도 증가해 1호점 오픈 이후 연평균 140~150개를 꾸준히 신규 오픈하고 있다. 의아한 것은 이렇게 성장하고 있는 다이소의 영업이익률이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012년엔 1% 이하 영업이익률 기록

“아쉽게도 다이소의 수익성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른 회사들이 원가에 회사 마진을 붙여 소비자가격을 결정하는 것과 달리 먼저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가격이 얼마인지 판단하고 그 가격을 소비자가격으로 결정합니다.” 창업주이자 다이소아성산업의 오너인 박정부 회장이 지난 7월 22일 기자 간담회에서 다이소의 성장 동력과 경영 비전을 발표하며 한 얘기다. 다이소의 낮은 영업이익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안웅걸 다이소 홍보이사에 따르면 평균 1~1.5%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왔다. 지난해에는 1% 이하로, 최근 10년 간 가장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3월까지 물류 사정으로 물건 공급·배송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매장에 비해 물류센터가 포화 상태로 주문 후 출고율이 30~40%대에 머물렀다. 둘째, 유통 업계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그 영향이 저가 시장에도 미쳤다.

다이소는 매년 성장하면서 목표치를 달성해 왔는데 지난해에는 매출 목표에서 450억 원 미달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발 쓰나미가 몰려왔다. 일본 다이소가 다케시마를 후원한다는 설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다이소아성산업도 연관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박 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이를 재차 부인하며 일본 다이소와 한국 다이소는 전혀 다른 회사라고 ‘선 긋기’에 나섰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다이소는 영업이익률 1%에도 불구하고 웃는 모양새다. 박 회장도 스스럼없이 “아쉽지만 우리 회사는 마진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사실 영업이익률은 수익성을 측정하는 기본 지표로 기업의 성장성과 직결된다. 하지만 다이소는 박 회장이 균일가 판매를 회사의 정체성으로 고집하면서 수익이 낮은 편이다. 다이소의 가격대별 상품 비율은 1000~2000원이 전체의 80%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낮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매년 외형을 확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게다가 낮은 수익성 때문에 국내 경쟁사가 없다는 것도 웃을 수 있는 이유다. 대기업들이 균일가 시장에 관심을 갖다가도 “은행 이자가 낫다. 1% 장사를 뭣하러 하냐”며 손사래를 친다는 것. 한때 천원하우스의 경쟁사가 있었지만 규모를 키우지 못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사라졌고 다이소가 균일가 시장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전국 최대 규모 물류센터 구축

그러나 언제까지 1%일 수만은 없다. 다이소 또한 추가 성장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박 회장도 내부적으로 영업이익률 개선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회사의 내일을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성장 방안은 마련돼 있을까. 박 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내년에는 매장 1000곳, 매출 1조 원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해답은 ‘박리다매’에 있다. 이익을 적게 보고 많이 파는 박리다매 전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직영 매장의 대형화’를 꾀하고 있다. 2013년 7월 기준 전국 900개 다이소 매장 중 직영점은 437개(49%), 가맹점 238개(26%), 유통점 225개(25%)인데 초기에는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의 숍인숍 형태의 중소형 매장에서 현재는 331~661㎡(100~200평) 규모의 대형 매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다이소는 향후 992㎡(300평) 이상의 직영 대형 매장 확장을 통해 유통 장악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지역 매장을 늘릴 계획이다. 현재 수도권에 전체 47%의 매장이 있는데 아직 진출하지 못한 지방에 신규 매장을 열 생각이다. 이와 함께 기존 매장도 층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더 많은 제품을 진열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박 회장은 “현재 다이소의 객단가(1인당 평균 매입액)는 7000원 수준인데, 단돈 1000원만 올라도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며 “가격 대비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면 답은 결국 고객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통 구조 단순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다이소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물류 허브센터’를 완공했다. 총 10만5760㎡(3만2000평)로 단일 물류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첨단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전국 모든 매장에서 들어온 상품을 빠르고 유연하게 공급할 수 있다.

올해 4월부터 출고율이 98%까지 올라오면서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안 이사는 “992~1653㎡ (300~500평) 매장이 한 달에 15개씩 추가로 개설하더라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해외시장도 성장 모멘텀을 마련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2011년 중국에 첫 매장을 오픈하고 직영점 2개, 유통 숍 95개 등 총 9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 수익이 나고 있지 않지만 기본 인프라는 마련해 향후 2~3년 내에 시장 성숙기에 들어갈 것으로 박 회장은 내다보고 있다. 다이소가 성장 동력과 경영 비전을 선포하고 대형화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다이소 랜드마크를 통한 이미지 변화에 있다. 1653㎡의 매장과 4만 개의 아이템을 발판 삼아 저가 상품의 이미지에서 고품질·저가격·다품종의 제품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다이소가 단순히 저렴한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 숍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생활문화 숍’으로 진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원스톱 쇼핑센터를 표방하며 강남구 압구정동에 매장을 열었는데, 이는 브랜드 이미지 도약을 위한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