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타개형 공유경제, 동떨어진 규제에 겉돈다

현행 법률에 발목잡혀 집·차 나누는 공유문화 확산 어려워
개인간 집 공유를 도와주는 ‘비앤비히어로’의 조민성 사장이 공유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한경DB
내·외국인 여행객들이 일반인의 집과 방을 사용할 수 있도록 중개해주는 ‘코자자’. 이 업체에는 하루에도 수십 통의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다른 사람이 들어와 싸게 지낼 수 있도록 하거나 빈방을 빌려주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문의를 한 사람들 중 30%가량은 까다로운 규제로 중도에 포기하고 만다. 조산구 코자자 사장은 “법적으로 외국인이 아닌 내국인에게 집이나 방을 빌려줄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 소비 트렌드로 주목받지만…

최근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각종 규제로 크게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내국인에게는 집을 빌려줄 수 없도록 한 ‘관광진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인 간 자동차 공유를 금지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을 대표적인 걸림돌로 꼽는다.

공유경제는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과 부동산을 다른 사람들과 바꿔 쓰거나 함께 사용하는 불황 타개형 소비 트렌드를 말한다. 국내에서도 현재 30여개 업체가 활동 중이다. 그렇지만 업체들은 “기존의 법 제도들이 공유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코자자, 비앤비히어로 등 숙박중개 업체들은 관광진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2조 등으로 회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국인에게는 집이나 방을 빌려주는 게 쉽지 않아서다. 내국인 관광객을 받기 위해서는 한옥을 빌려주거나 농어촌 민박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외국인 관광객과의 공유도 여의치 않다. 도시지역 230㎡(약 70평) 이하의 단독주택과 아파트, 외국어 서비스 가능, 입주자대표회의 동의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업계는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포괄적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내국인을 남는 방에 투숙하는 것을 제한하지 않으면 주택에서 숙박업을 하려는 이들이 난립할 수 있고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개인 간 자동차 공유는 머나먼 얘기

자동차 공유도 법적 규제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국내에선 P2P(개인 간 거래)가 아닌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방식으로만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는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고 발생 시 보험 적용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로 인해 한국에선 ‘그린카’ ‘쏘카’ 등이 회사 소유의 차량을 개인에게 빌려주고 있을 뿐이다. 반면 미국에선 ‘겟어라운드’ ‘릴레이라이즈’ 등이 보험문제를 해결하고 개인 간 차량 공유를 중개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서울시가 자동차 공동 이용 서비스인 ‘나눔카’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차량 부족 문제에 직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는 그린카와 쏘카를 협력사업자로 지정해 이들 업체 소유 차량 482대를 빌려주고 있다. 공유경제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선 차량 수를 더욱 늘려야 하지만 개인끼리는 자동차를 공유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 측은 “외국인 관광객의 도시 민박과 관련해선 정부에 여러 차례 개선을 촉구한 상황”이라며 “개인 간 자동차 공유도 이뤄질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 등과 적극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 공유경제

sharing economy. 활용도가 낮은 물건이나 부동산을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해 소유자 입장에선 효율을 높이고, 구매자는 싼값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협력적 소비’를 말한다. 2008년 로런스 레식 하버드대 법대 교수가 처음 도입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