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주당의 '촛불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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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기 정치부 기자 hglee@hankyung.com
지난해 총선 때 비례대표 부정선거로 당의 분열을 초래했던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대표 역시 이날 집회에 참석해 “(국정원 대선 개입의) 최대 수혜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져야만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게 아니냐”며 “3·15 부정선거로 촉발된 민주주의 의거가 바로 4·19 혁명”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말부터 주말마다 서울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촛불집회는 참여연대,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 280여개가 모인 ‘국정원 시국회의’가 주최하고 있다. 처음에는 국정원 경찰 등 정부기관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최근 들어 사실상 대선 불복 운동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촛불집회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둬왔던 민주당도 이달 초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집회에 공식 합류했다. 지난 10일 시국회의가 별도로 마련한 무대에 전병헌 원내대표가 올라가 연설을 했고, 지난 3일 집회에서는 김한길 대표와 전 원내대표가 개인 자격을 전제로 촛불을 들었다.
하지만 촛불집회에서 아슬아슬한 발언들이 쏟아지면서 민주당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미 수차례 국정원 국정조사 및 장외투쟁이 대선 불복을 위한 차원이 아니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이 같은 ‘선긋기’에도 불구하고 현직 대통령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이러다간 국정원 개혁 등 장외투쟁 명분이 ‘대선불복’ 구호에 희석되거나, 묻혀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민주당 지도부도, 대부분의 국민도 원하지 않는 사건 전개다.
11일 취임 100일을 맞은 김 대표는 장외투쟁과 이어지는 여야의 ‘강(强) 대 강’ 정국 속에 정치력과 리더십을 시험받고 있다. 김 대표가 ‘대선불복 프레임’을 비켜가 면서 어떤 장외투쟁의 성과를 내놓을지 궁금하다.
이호기 정치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