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메세나 경영] 기업들 '아름다운 나눔' 활짝…청소년·소외계층에도 예술·문화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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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에 있는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는 ‘전국 청소년 연극제’가 한창이다. 경기 광주고, 인천 연수고 등 전국 16개 시·도별 예선을 거쳐 뽑힌 18개 고등학교 연극 동아리들의 본선 무대다. 지난 7일부터 오는 16일까지 매일 두 팀씩 경연을 벌여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등 7개 팀을 가린다. 이 연극제는 문화예술을 매개로 청소년들의 정서를 순화시키고, 사회성 발달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1997년에 시작됐다.
두산과 두산연강재단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이 연극제를 지원하면서 올해부터는 행사가 예년보다 훨씬 다채로워졌다. 연극제의 부제인 ‘청소년 대상 학교폭력 인식 개선’을 주제로 오는 18일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심포지엄이 열리고 학교 폭력의 내용을 담은 전문 극단 서라벌의 ‘해피투게더’ 공연도 진행된다. 이 연극제에서 최종 선발된 7개 학교 연극동아리는 오는 10~12월 인근 지역아동센터, 노인복지기관, 장애인센터, 병원 등을 직접 찾아가 공연활동을 펼치는 재능 나눔 활동을 벌인다. 경연에 그쳤던 연극제가 이처럼 다양한 부대 행사와 지원 활동을 펼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이 다양해지면서 사회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다. 예술 영재 등 기존 엘리트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청소년과 지역 소외계층의 문화 활동에 눈길을 돌리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전통예술, 국악, 문학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이 소홀했던 부문에 대한 기업들의 지원도 늘고 있다. 메세나란 기업이나 개인이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의미한다. 로마시대 첫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의 친구이자 대신으로 문화 예술 활동을 후원했던 가이우스 마에케나스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메세나 기업’ 수 다시 증가한국메세나협회가 매년 매출액 및 자산총계 기준 국내 상위 500대 기업과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액은 1603억원으로 전년(1627억원)에 비해 1.5% 감소했다. 지원건수도 1357건으로 전년(1608건)보다 15.5% 하락했다.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도 세계적인 경기 약세 여파와 국내 경기 침체에서 비껴갈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문화예술 지원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 수는 다시 증가했다. 2009년 410개에서 2010년 606개로 늘어난 ‘메세나 기업’ 수는 2011년 509개로 줄어들었다가 지난해 566개로 다시 증가했다. 이병권 메세나협회 사무처장은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졌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메세나협회 주관으로 기업과 예술단체를 맺어주는 ‘기업과 예술의 만남’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많아졌다. 지난해 종근당과 아트스페이스 휴, 현대백화점과 한국페스티발앙상블, 한석화학과 예술기획 파홀로 등 104쌍이 새로 결연을 맺어 최근 6년간 결연 건수는 모두 446건으로 늘어났다.
국악, 전통예술 등으로 지원 확대
기업의 지원이 서양음악과 미술 중심에서 전통예술과 국악, 문학 등 다양한 예술장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에도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지난해 전통예술 부문의 지원액은 전년에 비해 36.3%, 문학은 21.4%, 국악은 10.2% 각각 증가했다. 국악부문에서는 크라운해태제과가 지난해 락음국악단과 결연을 맺은 데 이어 지난 5월 저소득층 국악 영재를 발굴, 지원하는 ‘드림플러스’ 장학 사업을 시작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국립국악원과 결연을 맺고 올해부터 전통예술 인재 육성과 저변 확대를 위해 ‘온 나라 국악경연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해금연주단 꽃별 등 3개 전통예술 단체를 꾸준히 지원해 왔으며 올해는 ‘강은일 해금플러스’를 추가 후원한다.
청소년 예술 체험, 소외 계층 지원에 앞장
기업들은 예술인과 예술단체 지원뿐 아니라 청소년 문화예술 교육과 지역 소외계층 문화 향유 등 ‘생활 문화’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국 20여개 시골 분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역 예술단체와 대학 전문 예술가를 강사로 초빙해 음악, 연극, 미술, 국악, 무용 등을 교육하는 ‘온드림스쿨 예술교실’을 열었다. 서울·경기지역 100개 아동센터에서는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토요 아트 드라이브’도 운영하고 있다. LG연암문화재단은 환경·지역적인 이유로 예술적 환경을 접하기 어려운 청소년과 소외 계층의 문화적 박탈감을 덜어주고 창작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무료 공연 프로젝트인 ‘LG 스쿨콘서트’를 8년째 열고 있다. 올해도 지난 5~6월 전국 6개 고등학교와 여수 예울마루, 안산 문화예술의전당 등을 돌며 오페라 ‘카르멘’과 뮤지컬 ‘당신만이’를 공연했다. 두산연강재단은 지난해부터 문화예술을 접하기 힘든 지방 어린이를 위한 예술 체험교육 프로그램인 ‘두산어린이아트스쿨’을 운영 중이다. 올해에는 오는 10월 충남 보령과 논산, 경기 양주 등 총 4개 학교의 초등학생을 초청해 공연 관람과 사진 촬영 실습 등 예술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한화는 저소득층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 교육활동인 ‘한화 예술 더하기’를 2009년부터 5년째 벌이고 있다. 전국 62개 복지기관 소속 아동 1200명과 63개 한화사업장 임직원 봉사자 3000여명이 참여해 예술 교육과 함께 환경 공모전, 친환경 나눔 캠페인 등을 진행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두산과 두산연강재단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이 연극제를 지원하면서 올해부터는 행사가 예년보다 훨씬 다채로워졌다. 연극제의 부제인 ‘청소년 대상 학교폭력 인식 개선’을 주제로 오는 18일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심포지엄이 열리고 학교 폭력의 내용을 담은 전문 극단 서라벌의 ‘해피투게더’ 공연도 진행된다. 이 연극제에서 최종 선발된 7개 학교 연극동아리는 오는 10~12월 인근 지역아동센터, 노인복지기관, 장애인센터, 병원 등을 직접 찾아가 공연활동을 펼치는 재능 나눔 활동을 벌인다. 경연에 그쳤던 연극제가 이처럼 다양한 부대 행사와 지원 활동을 펼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이 다양해지면서 사회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다. 예술 영재 등 기존 엘리트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청소년과 지역 소외계층의 문화 활동에 눈길을 돌리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전통예술, 국악, 문학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이 소홀했던 부문에 대한 기업들의 지원도 늘고 있다. 메세나란 기업이나 개인이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의미한다. 로마시대 첫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의 친구이자 대신으로 문화 예술 활동을 후원했던 가이우스 마에케나스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메세나 기업’ 수 다시 증가한국메세나협회가 매년 매출액 및 자산총계 기준 국내 상위 500대 기업과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액은 1603억원으로 전년(1627억원)에 비해 1.5% 감소했다. 지원건수도 1357건으로 전년(1608건)보다 15.5% 하락했다.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도 세계적인 경기 약세 여파와 국내 경기 침체에서 비껴갈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문화예술 지원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 수는 다시 증가했다. 2009년 410개에서 2010년 606개로 늘어난 ‘메세나 기업’ 수는 2011년 509개로 줄어들었다가 지난해 566개로 다시 증가했다. 이병권 메세나협회 사무처장은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졌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메세나협회 주관으로 기업과 예술단체를 맺어주는 ‘기업과 예술의 만남’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많아졌다. 지난해 종근당과 아트스페이스 휴, 현대백화점과 한국페스티발앙상블, 한석화학과 예술기획 파홀로 등 104쌍이 새로 결연을 맺어 최근 6년간 결연 건수는 모두 446건으로 늘어났다.
국악, 전통예술 등으로 지원 확대
기업의 지원이 서양음악과 미술 중심에서 전통예술과 국악, 문학 등 다양한 예술장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에도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지난해 전통예술 부문의 지원액은 전년에 비해 36.3%, 문학은 21.4%, 국악은 10.2% 각각 증가했다. 국악부문에서는 크라운해태제과가 지난해 락음국악단과 결연을 맺은 데 이어 지난 5월 저소득층 국악 영재를 발굴, 지원하는 ‘드림플러스’ 장학 사업을 시작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국립국악원과 결연을 맺고 올해부터 전통예술 인재 육성과 저변 확대를 위해 ‘온 나라 국악경연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해금연주단 꽃별 등 3개 전통예술 단체를 꾸준히 지원해 왔으며 올해는 ‘강은일 해금플러스’를 추가 후원한다.
청소년 예술 체험, 소외 계층 지원에 앞장
기업들은 예술인과 예술단체 지원뿐 아니라 청소년 문화예술 교육과 지역 소외계층 문화 향유 등 ‘생활 문화’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국 20여개 시골 분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역 예술단체와 대학 전문 예술가를 강사로 초빙해 음악, 연극, 미술, 국악, 무용 등을 교육하는 ‘온드림스쿨 예술교실’을 열었다. 서울·경기지역 100개 아동센터에서는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토요 아트 드라이브’도 운영하고 있다. LG연암문화재단은 환경·지역적인 이유로 예술적 환경을 접하기 어려운 청소년과 소외 계층의 문화적 박탈감을 덜어주고 창작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무료 공연 프로젝트인 ‘LG 스쿨콘서트’를 8년째 열고 있다. 올해도 지난 5~6월 전국 6개 고등학교와 여수 예울마루, 안산 문화예술의전당 등을 돌며 오페라 ‘카르멘’과 뮤지컬 ‘당신만이’를 공연했다. 두산연강재단은 지난해부터 문화예술을 접하기 힘든 지방 어린이를 위한 예술 체험교육 프로그램인 ‘두산어린이아트스쿨’을 운영 중이다. 올해에는 오는 10월 충남 보령과 논산, 경기 양주 등 총 4개 학교의 초등학생을 초청해 공연 관람과 사진 촬영 실습 등 예술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한화는 저소득층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 교육활동인 ‘한화 예술 더하기’를 2009년부터 5년째 벌이고 있다. 전국 62개 복지기관 소속 아동 1200명과 63개 한화사업장 임직원 봉사자 3000여명이 참여해 예술 교육과 함께 환경 공모전, 친환경 나눔 캠페인 등을 진행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