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다시 열린다] 北 '가동중단 책임·피해보상' 수용…南 '공동 재발방지' 화답

폐쇄 앞두고 극적 합의

"어떠한 경우에도 정상운영 보장" 못박아
공단 재가동 등 구체 일정 빠져 아쉬움도
< 손 흔드는 北 대표단 > 14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제7차 남북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극적으로 타결된 뒤 북측의 박철수 수석대표(왼쪽)와 원용희 대표가 귀경하는 남측 대표단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개성=사진공동취재단
남북 간 대표적인 경제협력사업이었던 개성공단이 다시 한번 가동 기회를 맞았다. 남북이 14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제7차 실무회담에서 극적인 합의를 이루면서 고사위기에 빠져 있던 개성공단이 폐쇄를 목전에 두고 기사회생하게 된 것이다. 북한이 우리 측 언론 보도와 김관진 국방부 장관 발언을 빌미로 일방적 가동 중단 조치를 한 지 133일 만이다.

○‘재발방지’ 남북 한발씩 양보 이날 회담에서 남북은 핵심 쟁점이던 개성공단 중단사태의 ‘재발 방지’에 대해 극적인 타결을 이뤘다. 남북은 합의서 1항에서 “남과 북은 통행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우리 측은 개성공단 중단 사태의 책임소재 및 재발 방지 주체가 ‘북한’이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남과 북’을 공동 주체로 내세웠다. 북측은 합의문 조항에 ‘통행제한 및 근로자 철수에 의한 공단 중단사태’를 직접 언급함으로써 이번 사태의 책임이 사실상 북한에 있음을 인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여기에 북한이 앞선 회담에서 주장했던 ‘남측의 정치·군사적 행동’에 대한 언급을 포기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합의했다. 남북 모두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양보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안정적 통행, 근로자 정상 출근, 기업재산 보호 등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핵심 요소를 합의문에 명기함으로써 향후 유사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근거를 문서로 마련한 점이 성과로 평가된다. ○입주기업 피해보상 규정 마련키로

이와 함께 이번 사태로 입주기업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방안에 대한 규정도 마련했다. 남북은 “기업의 피해 보상 및 관련 문제를 앞으로 구성되는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한다”고 합의했다. 북한 당국이 남북 간 교류협력 과정에서 기업이 입은 피해에 대해 보상 조치를 취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합의에 대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사태의 재발 방지와 안정적 운영을 합의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 국제화 등 다각적인 방식으로 보장하기로 한 것은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공단 재가동 등 후속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남북은 합의서에서 “빠른 시일 안에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한다”고 명시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남북이 개성공단을 재가동한다는 데는 뜻을 같이했다는 점에서 후속 회담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 전향적 변화 배경은

이번 합의는 북한으로부터 상당히 전향적인 변화를 이끌어냈기에 가능했다. 회담 결렬까지 갔던 6차회담 당시 북측 대표단은 우리 측에 대해 ‘백수건달’이라는 막말까지 하며 감정의 골을 드러냈다. 하지만 열흘 만인 5일 발표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에서 상당한 입장변화를 보이며 7차 실무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체제가 내세운 ‘핵·경제 병진노선’의 핵심은 외자유치”라며 “북한의 첫 번째 대외 경제협력사업이었던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면 결국 외자유치를 통한 경협사업은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 역시 개성공단이 끝내 폐쇄된다면 남북 간 경색 국면을 관리하지 못했다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된다는 점에서 타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