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음악축제 수놓은 여미혜의 '감성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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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키크룸로프서 첼로 협연“두 연주자의 아름다운 조화와 섬세한 어울림에 앙코르를 외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관객 1400여명 "원더풀" 갈채
지난 17일(현지시간) 체코 남부 작은 도시 체스키크룸로프에 있는 ‘캐슬라이딩홀’에서 열린 공연을 보고 나온 한 영국 할머니 라일리 크로포트(80)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들의 연주는 감성적이고 세밀했으며 첼리스트의 여유 있는 터치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를 감동시킨 두 연주자는 첼리스트 여미혜(46)와 바이올리니스트 알베나 다나일로바(38)였다. 그들이 연주를 마치고 활을 높이 들어올리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두 연주자가 35분 남짓 빚어낸 격정과 동행, 사랑과 화합의 선율에 숨죽이던 1400여명의 관객은 마음껏 환호성을 토해냈다. 박수를 치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거나 ‘판타스틱’ ‘앙코르’를 외치기도 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여름 클래식 음악축제인 ‘체스키크룸로프 국제음악페스티벌’ 공연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올해로 22회째를 맞는 이 축제는 매년 7월 중순~8월 중순 세계에서 실력이 검증된 연주단체와 음악가들을 초청해 다양한 연주회를 연다. 축제 하이라이트는 폐막 공연으로, 작년에는 세계적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콘서트를 열었다.
올해에는 두 명의 여성 연주자가 폐막 공연 주인공으로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발하게 연주 활동을 벌이고 있는 여씨와 2011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여성으로는 최초로 악장에 선출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다나일로바였다. 여씨는 이전에도 두 차례 축제에 초청받아 연주한 적은 있었지만 폐막 무대에 서기는 처음이었다. 연주 곡목은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가단조, 작품번호 102번)’. 첼로와 바이올린 독주자 각자에게 상당히 어려운 기교를 요구하고 독주자 간 완벽한 호흡을 요구하는 고난도의 곡이다. 오케스트라는 체코 프라하방송교향악단, 지휘는 레온 스와로브스키가 맡았다.
화려한 액션이나 카리스마는 없었다. 두 명의 독주자는 서로 배려하고 감싸 안으며 음악을 이끌었다. 경쟁하듯이 격정적인 음을 토해내며 서로를 이끌기도 하고 사랑스러운 선율을 공유하면서 브람스가 바이올린과 첼로를 내세워 표현하려는 감정의 굴곡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두 사람은 때로는 눈빛을 교환하고 때로는 미소를 주고받으며 호흡을 함께했다. 관객들은 미묘한 감정 변화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 무대를 주시하며 두 연주자와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공연을 마치고 나온 다나일로바는 여씨와의 협연에 대한 소감을 묻자 활짝 웃으며 “환상적이었다”고 답했다. 여씨는 “함께 연습할 시간이 이틀밖에 없었지만 마치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것처럼 잘 맞았다”며 “연주 스타일과 기법 등이 서로 비슷해 쉽게 통했고 편안하게 연주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관객들의 수준이 상당한 데다 올해에는 특히 좋은 연주자를 파트너로 만나 축제의 대미를 성공적으로 장식하게 돼 스스로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여씨는 올해 말까지 국내에서만 두 번의 무대에 서는 등 연주 활동을 활발히 이어갈 계획이다. 오는 10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엘가의 첼로협주곡을 연주하고, 연말께 KBS교향악단과 협연할 예정이다.
체스키크룸로프(체코)=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