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해지고 화려해진다…애플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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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알루미늄 대신 화려한 플라스틱 케이스 채택소문만 무성하던 애플의 ‘저가 아이폰’에 대한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이 연이어 애플이 다음달께 저가 아이폰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저가형 아이폰 출시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애플은 값싼 아이폰으로 중국 아프리카 등 신흥국가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입맛 맞춘 전략…황금색 아이폰5S도 출시 예정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제품 조립 생산을 위탁하는 업체인 대만 혼하이정밀에 두 종류의 아이폰 신제품을 다음달 초까지 출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19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혼하이정밀은 이미 지난 6월부터 아이폰 신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애플이 공개할 제품 두 종류는 ‘아이폰5’의 후속인 ‘아이폰5S’와 저가 제품인 ‘아이폰5C’(가칭)다. 주목받고 있는 건 저가 아이폰5C다. 이 제품은 산화알루미늄 케이스 대신 화려한 색의 플라스틱 디자인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보기술(IT) 전문지 올싱스디지털은 새롭게 출시되는 고가형 ‘아이폰5S’는 흰색과 검은색 외에 황금색으로도 출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시장 본격 공략
지난 4월 열린 애플의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저가 아이폰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애플이 마음을 바꾼 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함에 따라 애플의 실적도 뒷걸음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엔 프리미엄 폰인 아이폰5보다 아이폰4·4S를 더 많이 팔아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1.5%나 줄었다. 애플은 저가 아이폰으로 중국 인도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중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세계 1위 규모다. 하지만 애플은 중국에서 고작 5% 내외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1위인 삼성전자는 물론 중국의 ZTE와 화웨이 등에도 뒤진다. 미국 유럽 등의 시장이 포화인 상황에서 신흥 시장은 꼭 잡아야 할 ‘블루 오션’이다.
○‘프리미엄→다각화’ 전략 수정
애플은 지금껏 ‘아이폰 시리즈’ 외에 다른 스마트폰은 내놓지 않았다. 대신 이전 모델의 가격을 낮춰 보급형 시장에 대응했다. ‘아이폰5’로 고가 시장을, ‘아이폰4S’로 보급형 시장을, ‘아이폰4’로 저가 시장을 공략하는 식이었다. 현재 통신사와 2년 약정 계약을 하면 아이폰4는 공짜로 살 수 있다. 프리미엄 한 제품 외에 다른 제품을 출시하지 않는 것은 애플의 독특한 기업 전략이었다. 다양한 크기와 기능의 제품을 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많이 내놓는 삼성전자와 대조적이다. 한 가지 제품을 길게 팔 수 있고, ‘철’ 지난 폰이라도 디자인이나 재질은 여타 ‘싸구려 폰’과는 달라 애플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에선 이미 100달러 미만의 싼 안드로이드용 스마트폰 신제품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싼 신제품’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가격을 낮춘 이전 세대 아이폰은 애플에 저가형 제품일지 모르지만 소비자에게는 ‘구형 제품’으로 비쳐질 수 있다.
○차이나모바일과 계약 임박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중국 내 1위 통신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에 아이폰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두 회사의 제품 공급 계약 체결이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시궈화 차이나모바일 회장은 최근 열린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애플과 협상을 진행 중이며 양측 모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차이나모바일과 애플은 2년 전에도 아이폰 공급 협상을 벌였지만 기술 표준과 보조금 지급 문제로 좌절됐다. 지금까지 아이폰은 차이나모바일이 채택한 중국 3세대(3G) 기술표준인 시분할(TD)-SCDMA를 지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아이폰에 적용된 퀄컴 칩이 3G뿐만 아니라 4세대(4G) 중국 기술표준인 시분할 롱텀에볼루션(TD-LTE)까지 지원하면서 기술 표준 문제가 해소됐다. 밍치 궈 대만 KGI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4분기에 저가 아이폰과 아이폰5S를 각각 850만대와 520만대 출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