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 '동의보감' 만화로 즐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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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씨 '허허…' 1권 출간‘식객’ ‘타짜’ 등으로 유명한 만화가 허영만 화백(65·사진)은 수요일마다 과외수업을 받는다. 박석준(들꽃피는한의원장) 오수석(인보한의원장) 황인태(다솜한의원장) 한의사가 ‘과외선생’이고 교재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인 허준의 ‘동의보감’이다. 2011년 10월부터 공부를 시작했으니 2년이 다 돼간다. 허 화백이 20일 내놓은 《허허 동의보감》 제1권 ‘죽을래 살래?’(시루 펴냄)는 그 첫 결실이다. 전문의학서가 그의 손에서 만화로 재탄생한 것이다.
"5년간 총 20권 내놓을 것"
“지난 40여년간 그림을 그리다 보니 어깨 통증이 오기 시작했어요. 여러 병원에 가봐도 병명이 뚜렷하지 않아 애를 먹었죠. 고질적인 통증 때문에 우울해지기 일쑤였는데 우연한 기회에 찾아간 한의원에서 스트레스 때문에 기(氣)가 통하지 않아 생긴 병임을 알게 됐죠. 발등에 침 몇 대를 맞고 잠깐 눈을 붙였을 뿐인데 어깨가 한결 시원해졌고, 통증도 가라앉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건강과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죠.” 하지만 책을 내기로 하고 막상 ‘동의보감’을 공부하려니 쉽지 않았다. 우리 몸을 우주, 자연과 하나이면서 순환하는 구조로 보고 이 순환의 원리를 정(精) 기(氣) 신(神)으로 설명하는 원리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던 것. 허 화백은 “동의보감 초입에 이를 설명하는 ‘신형장부도’라는 그림이 나오는데 이 그림과 정·기·신을 이해하는 데에만 1년가량 걸렸다”고 말했다.
허 화백의 고민도 이 지점에 있었다. 그간 TV 드라마에서 다룬 ‘동의보감’은 허준의 일대기에 치우쳤고, 쉽게 풀어썼다는 한의학 책도 일반인에겐 여전히 어려웠다. 허 화백이 이 책을 ‘식객’처럼 스토리 위주로 전개하지 않고 짧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원전의 내용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도 이런 까닭이다.
제1권 ‘죽을래 살래?’는 내경편 6권, 외형편 6권, 잡병편 11권, 탕액편 3권, 침구편 1권 등 총 5개 편으로 구성된 ‘동의보감’ 내경편 중 신형(身形)을 주로 다뤘다. 병든 후의 치료보다 병들기 전의 예방을 강조하는 ‘동의보감’ 정신을 살려 병의 근본을 치료할 것, 자연의 이치에 맞게 섭생하고 생활할 것 등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면 눈이 아프면 눈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간을 다스려 눈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식이다. 허 화백은 앞으로 5년에 걸쳐 총 20권으로 ‘동의보감’을 담아낼 예정. 책 제목의 ‘허허’에 대한 설명이 재미있다. 양천 허씨 두 사람(허준과 허영만)의 작품이라는 점, 호방하게 웃는 긍정의 에너지, 도가에서 신선의 경지에 이른 허허로움 등을 뜻한다는 것.
지난 4월부터 카카오페이지에 ‘식객2’ ‘나의 밥투정’과 함께 ‘허허 동의보감’을 연재하고 있는 그는 “웹툰을 유료화했더니 독자가 100분의 1, 1000분의 1도 안 돼서 놀랐다”며 “끼니 걱정을 할 정도로 고생하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웹툰 유료화로 길을 열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