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상법…현안 다 말하면 숨차…입법 단계 가기 전에 '소통'으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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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뛰자" 신발끈부터 고쳐 매고…'소통의 달인' 박용만號 대한상의 출범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21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했다. ‘소통의 달인’이란 별칭에 걸맞게 첫날부터 대한상의 임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인사를 주고받으며 취임식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등 현안과 관련해선 “기업의 변화를 요구하는 사회의 목소리를 겸허히 듣겠지만 한꺼번에 감당하기는 어려운 만큼 회원사들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겠다”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박 회장은 취임식에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차차 세우겠다”면서도 주요 이슈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설명하며 소신있는 자세를 보였다.
취임식 분위기는 화기애애…경제 현안엔 냉철·단호·소신
"기업인 존경받는 분위기 필요…그러려면 투명·성숙한 경영해야"
◆“통상임금 문제로 산업계 공멸 우려”박 회장은 취임사와 간담회에서 최근 기업을 둘러싼 주요 현안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저성장 국면 타개, 일자리 창출과 투자확대 등 기업 본연의 일에다 통상임금, 경제민주화 입법, 하도급법 개정, 골목상권 보호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상법과 세법 개정, 중소기업의 인력수급 불일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수도권과 지방경제의 양극화 등 다 열거하자면 숨이 찰 정도”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특히 통상임금 문제를 주목했다. 그는 “지난 1주일 동안 전국을 돌며 지역 상의 회원들을 만났는데 공통적으로 지적한 이슈가 통상임금”이라며 “산업계가 공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중요하고 특히 중소기업들은 생사가 걸린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기업의 억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기존에 합의된 임금체계를 존중해야 하며 법원도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과 관련한 각종 입법과 규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박 회장은 “불공정한 관행을 없애기 위해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라고 인정하지만 그 과정엔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며 “입법과 규제 단계까지 가지 않고도 토론과 소통으로 유연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입법부에 대한 당부도 곁들였다. 박 회장은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탓에 2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상공인뿐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 지역 주민들이 한목소리로 투자위축을 걱정하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개정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기업인들이 의지가 있어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규제완화를 촉구했다.
◆“기업인 스스로 박수받도록 노력해야” 박 회장은 “우리 사회에 반기업 정서가 폭넓게 존재한다”며 기업인들의 위상 강화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자본주의의 흐름은 기업인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이 병행돼야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기업인 스스로도 존경받을 수 있도록 투명하고 성숙한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산업혁명 이후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 많은 유럽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의 기업 역사는 반세기 정도에 불과하다”며 “우리 기업들이 단기간 압축성장하면서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이 먼저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사회는 이런 노력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주면 경제성장을 위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이런 풍토를 만드는 것이 대한상의의 소명”이라고 했다.
박 회장이 이날 취임하면서 두산가(家)는 대를 이어 대한상의와 인연을 맺었다. 박 회장의 부친인 고(故) 박두병 두산 창업주는 1967년부터 6년간, 형인 박용성 전 회장은 2000년부터 5년간 각각 대한상의 회장을 맡았다. 박 회장은 “열아홉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는데 생전에 대한상의 회장 활동을 하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박해영/김대훈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