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놓고 청와대·민주당 엇박자…"민생 5자회담" vs "불법선거 진상규명…양자회담"

朴대통령 "대선 때 국정원 도움 안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를 예방한 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가운데)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셸던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여야 대치정국을 풀 해법으로 민주당이 제시한 ‘대통령·야당대표 회담’과 관련, “민생 현안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를 만나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민생 안정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뜻에 부응해 국민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회담 주제를 민생 현안으로 국한한 데다 형식도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를 포함한 기존의 5자 회담 방식을 고수할 뜻을 분명히 하면서 여야의 ‘강(强) 대 강(强)’ 대치정국은 9월 정기국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발언은 민생과 연계된 5자 회담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 개혁 이슈’를 양자 회담 또는 3자 회담의 아젠다로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댓글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 사과와 국정원장 해임 등을 요구하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작금에는 부정선거까지 언급하는데 저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오히려 저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비리와 부패의 관행을 보면서 그동안 과연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을 정도로 비애감이 들 때가 많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개혁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며 “우리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국정원 조직 개편을 비롯한 개혁은 벌써 시작됐다. 강력한 의지를 갖고 국정원을 거듭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 상황과 전ㆍ월세난, 일자리 문제 등을 생각하면 민생지원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국회에 올라간 경제민주화,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들, 지하경제 양성화와 투자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반드시 해결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민생과 거리가 먼 정치와 금도를 넘어서는 것은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야당의 장외투쟁과 최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국정원 댓글 의혹사건을 4·19 혁명을 촉발시킨 1960년 ‘3·15 부정선거’에 빗대어 공세를 취한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민생과 연계된 5자 회담 제안에 즉각 거부의사를 밝혔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민주주의 없는 민생은 사상누각”이라며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과 관련한 태도 표명 없이 민생만 논하자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과 만나서 문제를 풀어보자고 하는데 재벌총수는 만나면서 야당 대표는 못 만나겠다는 속 좁은 집권세력이 누구인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공세를 높였다.

손성태/정종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