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이르면 올해말 프로 전향

아버지 고길홍 씨 인터뷰

"올초 LPGA 우승시 프로데뷔 계획 세워"
나이키·국내 대기업과 후원계약 물밑협상
미국 LPGA투어 CN캐나디안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26일 시상식에서 우승컵이 무거운 듯 버거워하면서도 환하게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LPGA투어 CN캐나디안여자오픈에서 아마추어로 사상 첫 2연패에 성공한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고보경·16)가 올해 말 프로로 전향한다.

리디아 고의 아버지 고길홍 씨(52)는 26일 리디아 고가 우승한 직후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연초에 LPGA투어에서 추가로 우승하면 프로로 전향하기로 가족들끼리 계획을 세웠다”며 “리디아가 에비앙챔피언십을 마치고 귀국하는 대로 상의한 뒤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 프로 전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씨는 “뉴질랜드, 미국, 한국, 호주, 대만, 일본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로부터 후원 계약 제의를 받은 상태”라며 “후원사(메인스폰서)를 용품사로 할지, 비용품사로 할지 고민 중”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용품사일 경우 나이키가 유력하고 비용품사일 경우 국내 대기업과 계약을 맺고 싶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리디아 고의 후원 계약 건이 물밑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파인허스트고 2학년에 재학 중인 리디아 고는 내년에 졸업한 뒤 국내 대학에 진학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고씨는 “미셸 위 선수가 다닌 미국의 스탠퍼드대에 진학할 경우 공부와 투어를 병행해야 하지만 리디아는 투어에 전념할 계획”이라며 “연세대와 고려대 등 국내 대학들로부터 입학 제의를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리디아 고의 국적 문제와 관련,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에서 ‘한국의 김연아’처럼 인기가 높다. 뉴질랜드 정부와 골프협회에서 그동안 많은 도움을 줘 신의를 저버리고 한국 국적을 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리디아는 한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한국인임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고씨는 “뉴질랜드에서는 올해부터 리디아 고가 경기하는 LPGA투어가 전국에 생방송되고 있다”며 “뉴질랜드인들이 아시아인을 만나면 ‘리디아를 아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열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리디아 고는 골프뿐 아니라 공부도 잘한다. 뉴질랜드는 한국과 달리 고교 3년간 매년 10월에 한국의 수능시험 같은 대학입학 시험을 치른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이 시험에서 수학 분야 전국 1등을 했다. 올 10월에는 이 시험 때문에 LPGA하나은행챔피언십에 나오지 못한다.

리디아 고의 투어 참가 경비는 뉴질랜드협회에서 조성한 ‘트러스트 펀드’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 펀드는 리디아 고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펀드에 투자하면 리디아 고가 향후 프로골퍼로 성공한 뒤 되갚도록 돼 있다. 고씨는 “뉴질랜드골프협회의 관리를 받으며 기업과 독지가들이 후원한 돈이 이 펀드에 적립되고 있어 여기서 투어 참가 비용을 충당한다”고 전했다. 최근 대회를 뛰느라 3개월째 집에 못 들어가고 있는 리디아 고는 다음달 열리는 시즌 다섯 번째 메이저대회 에비앙챔피언십을 마치고 뉴질랜드로 돌아갈 예정이다.

학창시절 제주도 테니스 대표 선수를 지낸 고씨는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딸을 직접 지도한다. 그는 “스윙, 웨이트 트레이닝, 멘탈 등은 따로 전문 코치가 있지만 코스에서 경기 운영이나 전반적인 훈련 등은 직접 챙긴다”며 “불필요한 연습은 배제하고 핵심적인 연습에 집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16세 골프천재, LPGA역사 또 바꿨다

캐나디안오픈 5타차 우승 ⋯ 아마 첫 2연패·2승…24개 대회 모두 커트 통과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가 미국 LPGA투어 CN캐나디안여자오픈에서 2년 연속 우승했다. 아마추어 골프 세계랭킹 1위인 리디아 고는 26일(한국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의 로열 메이페어GC(파70·6403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언더파 64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65타로 2위 카린 이셰르(프랑스)를 5타 차로 따돌렸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15세4개월2일의 나이로 우승, LPGA투어 역대 최연소 챔피언이 된 리디아 고는 대회 2연패까지 달성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LPGA투어에서 아마추어 선수가 2연패뿐만 아니라 2승을 거둔 것은 리디아 고가 처음이다. 리디아 고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아마·프로 통합) 19위에서 7위가 됐다. 2010년 뉴질랜드여자오픈에서 첫 프로대회에 출전한 리디아 고는 지금까지 24개 프로대회에서 전부 커트 통과하는 기록을 이어갔다.

리디아 고는 이 대회 2승, 유럽투어 뉴질랜드여자오픈, 호주투어 뉴사우스웨일스오픈 우승을 포함해 프로대회에서 4승을 수확했다. 아마추어는 상금을 받지 못해 우승상금 30만달러(약 3억3000만원)는 2위 이셰르에게 돌아갔다.

리디아 고는 투어의 강호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유럽의 신예 캐럴러인 헤드월(스웨덴)과 함께한 챔피언조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고 이들을 능가했다. 헤드월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한 리디아 고는 2~4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낚은 뒤 6, 8번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전반에서만 5타를 줄여 프로 선배들을 압도했다.

리디아 고는 12번홀(파4)에서 1.2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13번홀(파4)에서 1.2m 파 퍼트를 놓치며 유일한 보기를 범했다. 마지막 홀에서는 5m 거리의 90도로 꺾어지는 슬라이스 라인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은 뒤 두팔을 번쩍 들고 우승을 자축했다. 이날 평균 드라이버샷은 277.5야드였고 페어웨이 적중률은 85.7%, 그린 적중률은 77.78%, 퍼트 수는 26개였다.

리디아 고는 “오늘 5타만 줄이자고 생각하고 경기에 나섰는데 우승까지 해 매우 행복하다”며 “LPGA투어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내가 역사의 한 부분이 됐다니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세리 선수가 US오픈에서 처음 우승할 때의 장면을 여러 번 돌려봤다”며 “깊은 영감을 받았고 한국 선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우승이 확정된 이후 여러 선수가 그린 주위에서 물을 뿌리며 축하 인사를 해준 것에 대해 리디아 고는 “대니얼 강과는 자매처럼 친하게 지내는 사이고 제시카 코르다 역시 아주 재미있는 친구”라며 “김인경처럼 훌륭한 선수가 축하해줘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김인경(25·하나금융그룹)이 합계 8언더파로 공동 5위에 올랐다. 시즌 7승을 노렸던 세계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이날 타수를 줄이지 못해 합계 4언더파 공동 13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