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업은 소녀'의 모델이 바로 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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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7
'故 박수근 3대 가족전'여는 맏딸 박인숙 화백
"아버지는 서민 애환 그렸지만 난 풍요로운 세상 그리고 싶어"
인천여중 교장 은퇴 후 매달 전시회


박 작가는 지난주부터 ‘박수근 3대 가족전, 해피니스’를 열고 있다. 내달 13일까지 열리는 전시회 장소는 인천예일고 교내 예향갤러리다. 한국 대표작가 중 한 명인 박수근 화백의 가족전시회 장소라 하기엔 어딘지 어색한 느낌. 박 작가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시회의 의미를 전했다.
“2011년 10월 서울 신도림 디큐브갤러리에서 제법 큰 전시회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도 큰 전시회 제안을 많이 받았고요. 하지만 이번 전시회는 소박한, 하지만 알찬 전시회가 될 겁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찾아가는 미술관’이 되고 학생들도 쉽게 접할 수 있잖아요.” 박수근 화백과 딸 박 작가 그리고 외손자인 천정현 작가가 함께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서로 닮은 듯하면서 각기 다른 3대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천 작가의 첫 전시회이기도 하다. 박 작가는 “누구보다 아버지의 그림을 잘 알고 있고, 아버지가 그림을 그리는 순간을 함께했던 증인으로서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버지는 주로 갈색을 사용해 민족의 한(恨)을 차분한 질감으로 표현한 반면 나는 풍요를 상징하는 녹색을 주로 활용해 부조감이 큰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 작품의 산증인이라는 박 작가는 이미 소녀 시절 아버지의 모델이었다. “아버지 작품에 등장하는 ‘아기 업은 소녀’와 ‘공기놀이 하는 소녀’는 저를 보고 그리신 거예요. 동생을 업고 있는 제 모습이 아버지 작품에 많이 나오니 아버지 그림 인생에 있어 증인이라고 해도 되지 않겠어요.(웃음)” 박 작가가 어린 시절 업어줬다는 동생은 박성남 작가로, 그 역시 화업을 잇고 있다.
1968년 수도여자사범대(현 세종대)를 졸업해 경기 군자에서 교편을 잡은 후 2006년 인천여중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한 박 작가. “교단을 떠난 요즘이 더 바쁜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불러주는 곳도 많고, 개인적으로도 전국을 돌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전시회를 열고 있어요. 올해 우리 나이로 7호선(칠순)을 탔지만 붓을 놓지 않는 것이 젊게 사는 비결인 듯싶어요.” 내달 광주국제아트페어, 10월에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2013)가 열리는 서울 코엑스에 가면 박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