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檢에 'SK 사건' 공소장 변경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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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홍이 공소 사실 공범으로 포함될 부분 있어"
金과 통화기록 증거로 고려…재판 판도 바뀌나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이 27일 서울고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1308/AA.7783265.1.jpg)
◆김원홍이 주범? 이날 공판에서 최 회장은 “선친이 작고한 뒤 동생(최재원)이 상속 지분을 포기해 마음의 빚이 있었다. 김원홍에게 돈을 보내 수익이 나면 동생에게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공소장에 기록된 것처럼 투자수익을 얻으려 했다는 범행 동기를 부인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 대목을 주목했다. 재판부는 28일까지 공소장 변경을 권고하면서 “김원홍이 공소 사실의 공범으로 포함된다거나 범죄의 동기 내지 경위에 등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공소 사실이 변경되더라도 유·무죄 판단은 물론 양형에서도 원칙적으로는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소사실의 범행동기가 크게 달라질 경우 최 회장의 책임이 경감될 소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1심은 횡령 책임을 모두 최 회장에게 지웠지만 항소심은 이를 김 전 고문과 최 부회장에게 분산시킬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는 최 회장 측의 신청은 기각됐다. 재판부는 “김원홍이 당장 내일 한국에 온다고 해도 증인으로 채택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최 회장)이 무죄라면 김원홍 진술을 탄핵 증거로 쓸 이유가 없고, 유죄라면 이미 제출한 김원홍의 통화기록을 탄핵 증거로 쓸 수 있을지 판단해 보겠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김 전 고문의 통화기록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해온 재판부가 또 다른 여운을 남긴 것이다. 재판부는 지난달 SK 측의 변론 재개 요청을 거부하면서도 선고기일을 연기했고, 이후 직권으로 변론 재개를 결정한 바 있다. 선고 공판은 예정대로 내달 13일 열릴 전망이다. ◆최재원 부회장에게도 의심의 눈길
재판부는 이날 공소장 변경 요구에 앞서 직접 피고인들을 심문했다. 최 부회장이 2008년 5월께 SK C&C 주식을 담보로 저축은행에서 대출금을 마련해 중국의 김 전 고문에게 보낸 대목을 집중 추궁했다. 김 전 고문에게 돈을 보내라고 김 전 대표에게 지시한 사람이 최 부회장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최 부회장은 “단지 심부름꾼에 불과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수표의 용도도 정확히 모른 채 뒷면에 서명을 해 김 전 고문에게 전달했을 뿐 돈을 쓴 사람도, 갚아야 할 사람도 김 전 고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어떻게 모른다고 할 수 있나”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도 “2008년 4월 최 부회장이 비상장주식(SK C&C)을 담보로 1000억원가량을 조달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고 증언했다. 이에 따라 형제간 항소심 판결이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최 부회장을 구속 기소하고 형인 최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최 회장의 경우 베넥스인베스트먼트 펀드에 투자된 SK 계열사 자금 497억원을 선물 투자에 쓰려고 빼돌리는 등 63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최 부회장은 형의 선물 투자 관련 자금을 비롯해 총 174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형제가 횡령의 공범”이라고 했지만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을 주범으로 판단해 징역 4년, 최 부회장에게는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김병일/양병훈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