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급락에도 '맷집' 강한 코스피…'시리아 악재' 찻잔 속 태풍?

"한국은 예외" 외국인 매수

"사태 장기화 땐 코스피도 외풍 못 견뎌"
‘시리아 공습 경보’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얼어붙었다. 한국 증시는 급락 후 장중 낙폭을 대부분 만회하며 상대적으로 강한 ‘맷집’을 보였다. 불확실한 대외 환경이 지속되고 있지만 코스피지수는 잇따른 ‘외풍(外風)’에 내성을 키워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시리아를 둘러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부정적인 여파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亞 증시 급락… 코스피는 ‘선방’ 미국의 시리아 공습 가능성으로 촉발된 미국과 유럽 증시의 급락 여진이 28일 아시아 증시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일본(-1.51%) 홍콩(-1.6%) 등 주요국 증시는 물론 필리핀 증시가 장중 5% 넘게 떨어졌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리아 사태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유 수입국인 신흥 아시아 국가의 재정적자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지수도 개장과 동시에 전일 대비 1.23% 급락한 1862.51로 밀렸다. 하지만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가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오후 들어서는 기관이 가세하면서 반등폭이 커졌다. 코스피지수는 결국 전날보다 1.32포인트(0.07%) 하락하는 데 그친 1884.52로 거래를 마쳤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초반 약세는 외국인 매도를 우려한 국내 투자자들이 서둘러 주식을 내다 팔았기 때문”이라며 “외국인들은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커져도 한국은 괜찮을 것이란 시각을 수급을 통해 보여줬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769억원) 기아차(453억원) 현대차(168억원) 등 전기전자와 운수장비업종을 중심으로 133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기관도 소극적이긴 하지만 737억원 매수 우위로 사흘째 ‘사자’ 분위기를 이어갔다.

○“시리아 사태 장기화 땐 악재” 전문가들은 과거 경험상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단발성 악재로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팀장은 “재정 긴축 중인 미국 등 선진국 상황을 감안하면 공습은 짧고 굵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공습이 시작되면 불확실성 해소로 주가는 오히려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2003년 이라크전과 2011년 중동 민주화 운동 등 과거에도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은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군사 행동이 시작된 뒤 주가는 빠르게 회복됐다.

다만 공습 시기의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유가 상승은 경계할 요인으로 꼽힌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당장 미칠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국내외 경제와 주가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국면에서 한국 증시의 차별화된 움직임은 한층 부각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든 이상 코스피지수 하단이 추가로 낮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금융위기 이후 3년째 대외 변수에 휘둘리는 불안한 장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이슈는 이미 공개됐고 방향성도 정해졌다”며 “중요 이벤트가 몰려있는 내달까지는 불확실성이 크겠지만 그 이후엔 좀더 편안히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