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택시서비스 개선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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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여의도까지 가자고 하자 창문을 반쯤만 열어놓은 택시기사들은 지나치기 일쑤였다. 경기도행 장거리 승객만 태우겠다며 대놓고 승차를 거부하는 차량들도 있었다. 주변에는 승차거부 단속 공무원을 찾아볼 수 없었다. 30분이 지나서야 간신히 택시를 탈 수 있었다. 서울시는 이날 2400원인 택시 기본요금을 10월부터 올리기로 하고 2900원, 3000원, 3100원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2009년 폐지된 시계외 할증도 도입하고, 심야할증 적용 시간을 오후 11시로 한 시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은 2009년 2400원으로 500원 오른 뒤 4년간 동결됐지만, 올해 수도권 이외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기본요금을 올리면서 인상 압박을 받아왔다.
서울 택시요금 인상은 일리가 있다. 그동안 유류비, 차량유지비 등 운송원가가 계속 올랐다. 운전기사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 하지만 요금이 오른 만큼 시민이 느끼는 택시서비스도 개선될지 의문이다. 택시기사들조차 “장거리 손님을 태워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요금이 오르더라도 마찬가지 아니겠냐”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는 “택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택시운전자에 대한 준법교육 의무이수제, 운전기사 실명제 등을 담은 ‘서울택시 혁신 종합대책’을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대책은 관리·감독 주체인 서울시가 진작부터 당연히 해왔어야 할 일이다. 그것만으로 승차 거부가 없어지는 등 택시 서비스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울시가 택시요금 인상안을 발표한 이후 시민 여론이 곱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서울시가 택시서비스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려고 한다면 원론적인 내용만 반복할 게 아니라, 세 차례 승차 거부하면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하는 ‘삼진아웃제’ 같은 강력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택시기사 9만여명의 처우개선뿐 아니라 1000만 서울 시민에 대한 더 나은 택시서비스를 위해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이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