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나도 교육세 내라니"…뿔난 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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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3
분기마다 유가증권 수익의 0.5% 부담…업계, 제도개선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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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와 선물회사들이 교육 재정 확충에 쓰이는 목적세인 교육세 부담을 낮춰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가증권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이익이 날 때뿐만 아니라 손해가 나도 세금을 내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라는 주장이다. 금융투자회사들은 2009년 하반기부터 분기마다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 수익금액(매출)의 0.5%를 교육세로 내고 있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교육세 부담이 한 해 70억~80억원에 달할 정도다. 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는 증권업계로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주식중개수수료 인수수수료 등 각종 영업수익을 과표로 삼고 있어 연간 흑자나 적자 여부와 관계없이 부과된다. 예를 들어 A사가 유가증권을 매매해 한쪽에서 1억원의 이익을, 다른 쪽에선 2억원의 손실을 냈다고 가정하자. 결과적으로 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도 이 회사는 1억원의 이익 금액에 대해 교육세 0.5%를 내야 한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거래 금액에 대해 매도금액의 0.3%씩 증권거래세로 이미 내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세는 사실상 이중과세”라며 “정부가 자본시장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금융투자업계는 교육세 철회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손실을 뺀 실제 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납부기일을 현행 분기에서 연도별로 바꿔줄 것을 정부 및 국회에 건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 주식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22%)와 펀드 면허세(펀드당 4만5000원)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은행 보험 등 다른 금융회사들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세제를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지원 기획재정부 금융세제팀장은 “교육세는 법인세와 달리 외형과세 방식이어서 일부 손실이 나도 부과되는 게 사실이지만 이런 이유로 세율이 낮다”며 “증권업계의 요구가 여러 번 있었지만 현 단계에선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