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빅브라더' 감사원] '감시망 바깥'에 있는 감사원

年1000억 주무르는데 회계는 불투명…국회 감사 어려워
‘원칙 없는 포상금 집행, 인건비 뻥튀기, 불투명한 회계 처리.’

나라살림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감시해야 할 감사원이 정작 스스로는 감시망 바깥에 놓여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2012회계연도 결산분석’ 보고서를 보면 감사위원이나 직원에게 부적절한 경비를 지급하거나, 특수활동비를 ‘깜깜이’로 집행하는 등 허술한 운영방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이 중 매년 지적되는 것이 원칙 없는 포상금 제도다. 감사원 내부 사람들이 원고료나 연구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예산을 ‘나눠먹기’ 한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지침상 공무원들은 자기가 담당하는 업무에 대해 원고를 쓸 때 원고료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감사원은 지난해 감사원 소속 국장, 감사연구원 직원 등 4명에게 40만원씩 원고료를 지급해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됐다.

2011년 회계연도 결산 과정에서는 인건비 ‘뻥튀기’가 도마에 올랐다. 감사원은 당시 인원이 1035명으로 변동이 없는데 인건비 예산은 1년 전보다 45억원(7.5%) 증액했다. 이 결과 실제로 집행한 금액은 603억원에 그쳐 불용률이 7.7%에 달했다. 보고서는 “2009년에도 감사원은 인건비 예산을 과도하게 편성했다가 불용 처리해 지적을 받았다”며 “재원 배분의 효율성 차원에서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감사원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다. 감사원이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예산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국회도 감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사건수사 등을 정부가 수행할 때 쓰는 경비다. 감사원은 한해 40억원 안팎을 특수활동비로 쓰는데, 언제 누가 어떻게 집행했는지 내역은 국회에도 제출하지 않는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올해도 감사원 스스로 투명성을 훼손하는 사례가 여럿 적발됐다”며 “감사원을 감시할 수 있는 것은 국회가 거의 유일하지만 자료 부족으로 인해 면밀하게 검토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특수활동비 내역은 검찰, 경찰, 국세청 등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인건비 불용 역시 감사원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의 공통된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