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빅브라더' 감사원] 애매모호한 직무범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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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정책결정은 감사대상서 제외…실제론 고무줄 잣대감사원의 정책감사를 둘러싼 ‘월권’과 ‘직권남용’ 논란의 배경에는 모호한 법규가 자리잡고 있다.
감사원의 업무 범위를 규정한 직무감찰규칙 4조를 보면 국가기밀, 국가의 안전 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 고도의 통치 행위와 함께 ‘정부의 중요 정책 결정’은 감사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우 감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권 차원에서 결정된 국책사업을 감사원이 감사한다는 건 자체가 난센스”라며 “더구나 윗선의 결정에 따라 사업을 수행한 공무원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의 경우 예산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진행 과정에서 횡령·담합 등 비리는 없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감사 범위에 속하지만 사업의 목적과 타당성까지 판단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권한남용이라는 것이다.
감사원도 원론적으로는 “정무적 판단에 해당하는 부분은 감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다”고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중요 정책의 범위가 불분명해 감사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정책감사라는 ‘칼’을 들이댈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직무감찰규칙의 단서조항은 ‘정책 결정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사실이나 자료 및 정보 등의 오류는 감찰 대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 단서조항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4대강 사업에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 만큼 사업계획이 정확한 자료와 사실에 근거해 수립됐는지, 집행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를 감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