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경트럭 '라보', '강한 외모'와 달리 오르막길 힘든 '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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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 Joy - 전예진 기자의 '까칠한 시승기'“아가씨, 이렇게 남의 차를 막 세워 두라고 하면 어떡해?”
연비·경제성은 TOP…내년부터 단종 ㅠㅠ
시승차가 주차장에 도착한 날. 경비실 아저씨가 전화를 걸어 짜증을 냈다. “주말 동안 타려고 빌린 차예요”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거짓말 하지마!”라고 버럭 화를 내는 게 아닌가. 퇴근 후에야 아저씨의 심정을 이해했다. 쉐보레 광고와 영업사원 전화번호 스티커가 요란하게 붙은 경트럭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차 안을 둘러보니 ‘이게 뭔가’ 싶다. 시동을 걸자 ‘팟팟츠르륵탈탈탈’ 하는 소리가 지하 주차장에 울려 퍼졌다. 시동은 금방 걸린다.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가면 자동으로 시트 마사지 기능이 작동한다. 부지런한 차다. 부르르 떨리는 시트가 등과 엉덩이를 시원하게 두드려줬다.
라디오는 지상에서도 지지직거린다. 실용성이 제일인 경트럭에 옵션을 말해 무엇하랴. 에어컨 하나는 럭셔리 세단 부럽지 않다. 온 힘을 다해 냉기를 얼굴에 마구 뿜어주는데 1분만 지나면 춥다. 물론 지정 온도를 맞춰주는 게 아니라 강약 조절만 된다.
후륜 구동(뒷바퀴 굴림)에 수동 5단 변속기를 단 라보는 경제성 면에서는 단연 최고다. 796㏄ LPG 엔진을 장착했고 복합연비는 9.8㎞/ℓ다. 연료가 바닥난 상태에서 가득 채우는 데 3만원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취득·등록세가 면제되고 고속도로 통행료와 주차비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뒤칸 적재 공간도 넓다. 호떡 등 간단한 음식을 만드는 푸드 트럭으로 손색없다. 바퀴가 12인치로 작고 귀엽다. 차체 높이가 낮아 짐을 쉽게 실을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일반형보다 전장(길이)이 260㎜ 긴 롱카고 모델은 796만~818만원. 2.5ℓ 디젤엔진을 얹은 트럭 포터의 절반 수준이다.
아쉬운 점은 튼튼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약골’이라는 것. 경차 스파크 LPG(최고출력 65마력, 최대토크 9.3㎏·m)보다 약한 43마력, 6.7㎏·m이다. 오르막길은 엄두도 못 냈다. 수동 기어는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5분에 서너 번씩 시동을 꺼뜨리는 바람에 진땀을 뺐다. ‘반클러치’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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