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竹)'잇는 구찌 뱀부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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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4
럭셔리&스타일
1947년 물자부족 속에 고육지책으로 사용한 대나무
구찌의 장인정신 입고 '브랜드 아이콘'으로 재탄생
탄생 66년
'0633' 모델번호로 첫 출시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 등 당대 최고 여배우·로열 패밀리가 애용
장인의 손길
탄력 뛰어난 대나무 뿌리만 사용…140조각 수작업으로 13시간 가공
한정판 '뉴 뱀부백' 2500만원에 판매…내달 7일까지 청담동 매장서 전시회
![](https://img.hankyung.com/photo/201308/01.7794647.1.jpg)
●뱀부백 ‘출생의 비밀’
![1960년대 뱀부백을 들고 있는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https://img.hankyung.com/photo/201308/AA.7794071.1.jpg)
뱀부백은 그해 ‘0633’이라는 모델번호로 처음 출시된 이후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과 로열 패밀리로부터 사랑받았다.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 파올라 벨기에 여왕, 그레이스 켈리 모나코 왕비 등이 뱀부백을 즐겨 들었다. 프레데리카 그리스 왕비는 보석 케이스가 포함된 뱀부백 세트를 한번에 12개나 주문할 정도로 마니아였다고 한다.●나무 뿌리부터 장인이 엄선
초창기 뱀부백은 일본 대나무를 썼지만 지금은 중국 저장성에서 재배한 대나무를 쓴다. 대나무에서 줄기가 아닌 뿌리 부분만 쓰는 점이 특징이다. 마디가 몰려 있어 무늬가 아름답고, 견고하면서도 탄력이 뛰어나다는 이유에서다.
생명력이 강한 대나무는 뿌리가 일시적으로 손상돼도 계속 자란다. 이 때문에 방대한 양의 뱀부백을 만들더라도 숲은 훼손되지 않는다. 뱀부백은 그 자체로 명품이지만,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착한 가방’이라는 점 역시 구찌의 자랑이다. 뱀부백은 핵심 원재료인 대나무와 돼지가죽을 선별하는 것부터 세척, 재단, 염색, 조립, 바느질까지 이탈리아 장인의 100% 수작업을 거쳐 탄생한다. 숙련된 구찌 장인이 140조각의 재료를 활용해 뱀부백 하나를 완성하는 데는 평균 13시간이 걸린다. 수확한 뿌리 중 핸드백에 적합한 것은 40% 남짓. 불꽃을 쬐어 대나무를 부드럽게 만든 뒤 둥글게 구부리고, 작은 불꽃으로 마치 붓질을 하듯 그을리며 색을 입혀 나간다. 손잡이는 피부에 직접 닿기 때문에 광택을 낼 때 화학약품을 절대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구찌의 명성을 상징한다
구찌는 30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서울 청담동 구찌 매장에서 뱀부백의 역사를 소개하는 ‘뱀부 스페셜 아카이브 디스플레이’ 전시회를 연다. 1950~1970년대에 만든 초창기 뱀부백 10점을 이탈리아 피렌체의 구찌 박물관에서 공수해왔다. 뉴 뱀부, 뱀부 쇼퍼, 레이디 락 등 최근 출시된 제품도 함께 전시돼 뱀부백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