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내란음모' 수사] 이석기 "공격명령 떨어지면 속도전…2017년 집권시대 열자"
입력
수정
지면A6
'체포동의안'에 드러난 내란음모 혐의
국정원 "RO 강령은 남한 사회주의 혁명투쟁
현역의원 2명 더 소속…대남공작조직과 연계"

◆원내 13석 돌파…진보군 형성

4·11 총선에서 통진당 비례대표 2번을 받아 당선된 그는 한 달쯤 뒤인 5월3일 같은 장소에서 ‘총선 승리보고 대회’를 열었다. 이 의원은 지난해 8월 경기 광주 곤지암청소년수련원에서 가진 RO 모임에서 “우리는 13석 돌파에 제3세력으로서 진보정당에 구축돼 기존 양당 구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새로운 정치영역을 일으킬 수 있는 진보군을 형성했다”며 “자주 민주 통일을 정책으로 내거는 세력이 현실화됐음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또 “그리하여 2014년 광역, 2016년 총선에서 제일 진보인 야당을 구성하고, 2017년이야말로 진보 집권시대의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올리자는 전략적 방향을 세운 바 있다”고 했다. ◆현 정세는 ‘준전시’ 아닌 ‘전쟁’
이 의원은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지난 5월12일 서울 합정동 회합에 앞서 이틀 전인 10일 광주 곤지암청소년수련원에서 1차 회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우린 준전시가 아니라 전쟁”이라며 “3월5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정전협정을 무효화했다. 정전협정을 무효화한다는 것은 전쟁이다. 그 전쟁이 기존 전쟁과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도처에서 동시 다발로 전국적으로 전쟁을 준비하자”고 했다. 앞서 북한 측이 정전협정 무효를 선언한 직후인 3월13일께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은 대중을 동원해서 광우병 사태처럼 선전전을 실시할 것 등 세 가지 지침을 조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이석기 “인터넷에 사제폭탄 매뉴얼”
5월12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서울 합정동 ‘마리스타 교육수사회’ 강당에서 열린 2차 비밀회합에서는 구체적인 전쟁 준비 계획 및 체제 전복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 의원은 이날 “총공격 명령이 떨어지면 속도전으로, 일체감으로 강력한 집단적 힘을 통해 각 동지들이 자기 초소에 놓인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창조적 발상으로 한순간에…(적들을 공격하라)”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물질적·기술적 준비를 강조하면서 스스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인터넷에 보면 사제폭탄 사이트가 있다”며 “심지어 지난 보스턴 테러에 쓰였던 이른바 압력밥솥에 의한 사제폭탄에 대한 매뉴얼도 공식이 (인터넷에) 떴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무력혁명투쟁의 상징으로 선전하는 ‘한 자루 권총 사상’과 사회주의 유혈혁명의 상징인 ‘볼셰비키 혁명’을 예로 들면서 “(철탑 등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폭파시키면 그야말로 쟤들(국가기관 등 지칭)이 보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언급했다.
◆국정원 “충성편지 57통 발견”
국가정보원 측은 이 의원을 지하조직 RO의 수괴로 지칭한 뒤 조직원들에게 국헌을 문란케 할 목적으로 폭동할 것을 선동, 음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RO의 강령에 나온 ‘남한사회 변혁운동’은 합법·비합법·폭력·비폭력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 ‘사회주의 혁명 투쟁’을 의미하며 강령 실현을 위해 총책인 이석기의 지휘 아래 조직원들은 사회단체·지방자치단체·정당·국회 등에 침투해 ‘혁명의 결정적 시기’를 기다려 왔다”고 했다. 국정원은 RO 조직원 중에 현역의원 2명이 더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이 의원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충성편지’ 57통을 발견한 사실도 공개했다. 국정원은 지난달 27일 이 의원의 자택, 의원회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지자체 들어가 공세적 역량배치’ 등의 내용이 기재된 자필 메모 1점, 이 의원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의 편지 57통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정 당국은 RO와 북한 대남공작조직이 연계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