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내란음모' 수사] 이석기 "공격명령 떨어지면 속도전…2017년 집권시대 열자"

'체포동의안'에 드러난 내란음모 혐의

국정원 "RO 강령은 남한 사회주의 혁명투쟁
현역의원 2명 더 소속…대남공작조직과 연계"
< 웃으며 퇴장하는 그들… >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웃으며 나오고 있다. 이상규(왼쪽부터), 이석기, 김재연 의원. 연합뉴스
2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체포동의안에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구체적인 내란 음모의 전말이 낱낱이 공개됐다. 지하조직인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조직원들은 지난해부터 수차례 비밀 회합을 하고 전시를 대비해 내란과 체제 전복을 계획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김정일을 ‘장군’으로 지칭하는 등 북한을 추종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전시에 대비해 타격 대상을 사전에 치밀하게 답사한 사실도 드러났다.

◆원내 13석 돌파…진보군 형성
이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RO의 조직적인 지지를 받아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에서 승리, 금배지를 달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 의원은 RO 조직원들이 포함된 ‘××××연대’ 소속 400여명과 함께 총선 직전인 지난해 3월8일 오후 9~11시 경기 성남 정자동에 있는 ‘킨스타워’에서 자신의 국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4·11 총선에서 통진당 비례대표 2번을 받아 당선된 그는 한 달쯤 뒤인 5월3일 같은 장소에서 ‘총선 승리보고 대회’를 열었다. 이 의원은 지난해 8월 경기 광주 곤지암청소년수련원에서 가진 RO 모임에서 “우리는 13석 돌파에 제3세력으로서 진보정당에 구축돼 기존 양당 구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새로운 정치영역을 일으킬 수 있는 진보군을 형성했다”며 “자주 민주 통일을 정책으로 내거는 세력이 현실화됐음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또 “그리하여 2014년 광역, 2016년 총선에서 제일 진보인 야당을 구성하고, 2017년이야말로 진보 집권시대의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올리자는 전략적 방향을 세운 바 있다”고 했다. ◆현 정세는 ‘준전시’ 아닌 ‘전쟁’

이 의원은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지난 5월12일 서울 합정동 회합에 앞서 이틀 전인 10일 광주 곤지암청소년수련원에서 1차 회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우린 준전시가 아니라 전쟁”이라며 “3월5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정전협정을 무효화했다. 정전협정을 무효화한다는 것은 전쟁이다. 그 전쟁이 기존 전쟁과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도처에서 동시 다발로 전국적으로 전쟁을 준비하자”고 했다. 앞서 북한 측이 정전협정 무효를 선언한 직후인 3월13일께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은 대중을 동원해서 광우병 사태처럼 선전전을 실시할 것 등 세 가지 지침을 조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이석기 “인터넷에 사제폭탄 매뉴얼”

5월12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서울 합정동 ‘마리스타 교육수사회’ 강당에서 열린 2차 비밀회합에서는 구체적인 전쟁 준비 계획 및 체제 전복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 의원은 이날 “총공격 명령이 떨어지면 속도전으로, 일체감으로 강력한 집단적 힘을 통해 각 동지들이 자기 초소에 놓인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창조적 발상으로 한순간에…(적들을 공격하라)”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물질적·기술적 준비를 강조하면서 스스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인터넷에 보면 사제폭탄 사이트가 있다”며 “심지어 지난 보스턴 테러에 쓰였던 이른바 압력밥솥에 의한 사제폭탄에 대한 매뉴얼도 공식이 (인터넷에) 떴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무력혁명투쟁의 상징으로 선전하는 ‘한 자루 권총 사상’과 사회주의 유혈혁명의 상징인 ‘볼셰비키 혁명’을 예로 들면서 “(철탑 등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폭파시키면 그야말로 쟤들(국가기관 등 지칭)이 보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언급했다.

◆국정원 “충성편지 57통 발견”

국가정보원 측은 이 의원을 지하조직 RO의 수괴로 지칭한 뒤 조직원들에게 국헌을 문란케 할 목적으로 폭동할 것을 선동, 음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RO의 강령에 나온 ‘남한사회 변혁운동’은 합법·비합법·폭력·비폭력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 ‘사회주의 혁명 투쟁’을 의미하며 강령 실현을 위해 총책인 이석기의 지휘 아래 조직원들은 사회단체·지방자치단체·정당·국회 등에 침투해 ‘혁명의 결정적 시기’를 기다려 왔다”고 했다. 국정원은 RO 조직원 중에 현역의원 2명이 더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이 의원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충성편지’ 57통을 발견한 사실도 공개했다. 국정원은 지난달 27일 이 의원의 자택, 의원회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지자체 들어가 공세적 역량배치’ 등의 내용이 기재된 자필 메모 1점, 이 의원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의 편지 57통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정 당국은 RO와 북한 대남공작조직이 연계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