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악법 더는 안된다는 경제단체장들의 호소

기업들은 정기국회가 불안하기만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일단락됐다고 선을 그었지만, 국회를 쳐다보면 대기 중인 규제 법안들이 아직 수두룩하다. 상반기에 만들어진 개정 하도급법 등 6개 경제민주화 법보다도 더 큰 충격을 몰고올 법안이 줄잡아 12개나 된다. 급기야 대한상의 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 등 5개 경제단체장들이 국회와 정부를 향해 이들 법안의 속도조절을 호소하고 나섰다.

문제의 법안들은 하나같이 선진국 수준을 뛰어넘는 과잉규제요, 걸리면 죽는다는 식의 과잉입법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규제에서부터 실험실 화학물질까지 통제하는 화평법과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의 환경 규제, 상법개정안과 순환출자 규제법안 등 기업 지배구조 간섭까지 규제 대상과 범위도 다양하다. 이들 법안대로라면 공장을 해외로 옮겨야 할 지경이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도내 기업을 지키기 위해 화평법 개정운동을 벌이겠다고 팔을 걷어붙이는 정도다.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가 경제민주화나 복지보다 상위에 있는 최우선 국정목표라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는 기업을 옥죄는 것이 아니라고 확인한 것도 벌써 몇 차례다. 그러나 정부나 새누리당이나 대통령과 함께 경제활성화를 공통의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는 증좌는 어디에도 없다. 법무부는 그렇게 논란이 컸던 상법개정안을 일부 손질하는 것으로 그칠 태세이고, 공정위는 순환출자 규제에서 구조조정은 예외라고 하더니 새로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경제활성화를 위한 입법을 강조하지만, 문제가 되는 법안들을 철회하기는커녕 수정안을 낼 기미도 없다.

대통령의 말은 규제완화지만 정부 행동은 규제강화다. 대통령 말만 들릴 뿐 당정이 하는 일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경제를 살려 투자도 늘리고 일자리도 만들겠다면서 정작 공장들을 해외로 쫓아낸다. 악법들이 깔려 다 죽게 생겼다는 기업들의 원망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