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명가 인켈 '부활의 교향곡'…통신·디스플레이 등 사업 다각화로 턴어라운드

2006년 법정관리 졸업
TV·홈네트워크도 진출

"더이상 오디오 회사 아니다"
1980년대와 90년대 국내를 대표하는 ‘오디오 명가’로 꼽혔던 인켈(사장 김상중·사진)이 부활했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법정관리를 받았던 이 회사는 2007년 1302억원이었던 매출을 지난해 2647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올해는 28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부활의 원동력은 그러나 ‘전통적인 오디오 제품’이 아니다. 통신과 디스플레이 솔루션 시장을 적극 공략한 덕분이다. 최근에는 TV 시장에까지 진출, 종합 전자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로 재기 성공

1978년 설립된 인켈은 1990년대까지 국내 오디오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1990년대 말 일본 업체들에 밀린 데 이어 국내 오디오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96년 나우정밀 해태전자와 합병했으나 외환위기 여파로 2000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풍안방직이 2006년 인켈을 인수하면서 법정관리를 가까스로 졸업했다.

한때 2500억원에 달했던 매출도 2007년 1300억원대로 떨어졌다. 반토막이 난 셈이다. 인켈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선택했다. 인터넷전화기와 휴대폰을 연결해 쓰는 도킹스피커 등을 개발했다. 또 산업용 모니터를 만드는 디스플레이 솔루션 시장에도 뛰어들어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공공시설에 설치된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검색 장치) 설비를 공급했다. 2009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2010년 사상 최고 매출(2801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취임한 김상중 인켈 사장은 “인켈은 더 이상 오디오 전문업체가 아니다”는 모토를 들고나왔다. 이 회사에 입사한 이후 해외영업을 주로 해온 그는 “세계 시장의 흐름에 맞춰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신사업 진출은 성장에 필수”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김 사장은 80%인 오디오사업 비중(지난해)을 2~3년 내에 50% 이하로 떨어뜨릴 계획이다.

○TV시장에도 도전 인켈은 최근 TV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켈은 지난 3일 40인치(SD40AW)와 32인치(SD32SW) 두 가지 모델의 LED TV를 선보였다. 카지노 모니터와 게임용 모니터를 만들면서 쌓은 3D(입체)기술과 영상 구현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인켈이 갖고 있는 오디오 설계 기술을 TV에 적용해 성능을 개선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김병수 인켈 홍보팀 과장은 “디스플레이 솔루션 사업을 진행하면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TV시장에 진출하게 됐다”며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이지만 뛰어난 오디오 성능을 갖춘 TV를 내세워 틈새시장을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켈은 내년 말 ‘홈네트워크 허브’도 내놓을 계획이다. 홈네트워크 허브는 중앙 셋톱박스를 통해 TV, 냉장고, 오디오 등 집안에 있는 모든 전자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김 과장은 “오디오 기기와 통신, 디스플레이 솔루션 부문의 기술이 결합된 것이 홈네트워크 허브”라며 “미국과 유럽 시장에도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