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브릭스, 1000억弗 기금 운영…美 양적완화 축소 '안전판' 마련

"日, 갈등 해결하려면…" 시진핑, 아베에 쓴소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콘스탄티놉스키궁에서 5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참가국 정상들이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성장과 세계경제’라는 주제로 제1세션 토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이 브릭스판 국제통화기금(IMF) 조성에 합의했다. 미국과 유럽이 주도해온 국제금융 질서에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개별 만남을 통해 당면한 경제, 안보 분야의 관심사를 논의했다.

브릭스 국가들은 5일(현지시간) 본회의에 앞서 별도의 정상회담을 열고 각국의 외환보유액에서 1000억달러(약 110조원)를 출자해 긴급기금을 조성,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3월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 회담에서 원칙적으로 합의한 내용을 확정 발표한 것이다. 영국의 BBC는 “브릭스 국가들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금융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펀드 조성에 합의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가장 많은 410억달러를 출자하고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은 각각 180억달러, 남아공은 50억달러를 내기로 했다. 조성된 기금은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이에 따른 정부 개입으로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어드는 등 해당 국가들의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때 이들을 지원하는 데 쓰일 계획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 금융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신흥국 시장이 더 크게 피해를 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지난 5월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방침을 밝힌 뒤 신흥시장에서 자본 유출 현상이 심각해졌다. 이 때문에 인도 브라질 남아공 등은 통화가치와 주가가 하락하고 물가가 오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정상은 회담에서 에너지와 군사 부문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새로운 변화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 사이의 에너지, 비행, 군사 부문 협력을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 뒤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과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은 러시아산 가스를 중국에 수출하는 내용의 협정에 서명했다. 올해 안에 가격 협상이 끝나면 2018년부터 러시아는 중국에 380억㎡의 가스를 수출하게 된다.

차이나데일리는 “10년 넘게 끌어온 협상에 마침표를 찍었다”며 “중국은 에너지 안보를 위해 가스 수입처를 다각화하고 싶어하고 러시아는 수출을 보장하고 싶어해 가격 협상도 순조로울 것”이라고 전했다. 시진핑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첫 만남에서 ‘돌직구’를 던졌다. 시 주석은 회의가 열리기 직전 귀빈실에서 잠시 만난 아베 총리에게 “일본은 마땅히 역사를 똑바로 보고 미래를 대하는 정신의 기초 위에서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