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해 고등어·갈치 안 팔려 울상…'안전하다' 서해 전어·꽃게 매출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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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방사능 오염 공포…명암 엇갈리는 시장일본 방사능 오염수 공포로 시장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동해와 남해에서 잡힌 국내산 고등어와 갈치는 안 팔리고 세네갈 등에서 수입한 수산물은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서해바다의 전어와 꽃게는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세네갈 등 원양 수산물 인기…일본 과자·기저귀 매출 급감
먹거리 안전 관심 높아져…유기농 농산물도 판매 늘어
또 일본산 기저귀나 과자 등의 매출은 줄었지만 맥주는 여전히 잘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농 식품을 찾는 손길도 부쩍 많아졌다. ○동·남해 지고 서해 뜨고
이마트에서 지난달 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수산물 매출을 집계한 결과 동해와 남해에서 잡히는 고등어와 갈치 판매는 각각 31.2%, 11.2% 줄었다. 일본과 가까운 오호츠크해에서 잡히는 러시아산 명태는 48.1% 급감했다. 반면 제철을 맞은 서해안 전어 매출은 120.7% 증가했다. 꽃게 판매도 65.2% 늘었다. 이마트 측은 “일본과 거리가 먼 서해산 수산물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을 꽃게가 풍년을 맞아 가격이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주요 대형마트에서 꽃게 100g의 소비자 가격은 830~850원으로 지난해보다 10%가량 저렴하다.
○유럽·아프리카산 수산물 인기 수입 수산물도 대체재로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는 8월 한 달 동안 노르웨이산 연어 매출은 56.5%, 에콰도르와 페루산 새우 매출은 48.1%나 증가했다. 미국과 캐나다산이 많은 랍스터 매출은 831.5% 급증했다. 이용호 롯데마트 수산물 바이어는 “고급식당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랍스터를 요리해 먹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며 “늘어난 수요에 맞춰 유통업체들이 랍스터 수입 물량을 대폭 늘렸다”고 말했다.
같은 어종도 수입 수산물이 더 인기를 끌었다. 국내산 고등어 매출이 31.5% 줄어든 반면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15.8% 늘었고, 국내산 갈치 매출은 11.8% 감소한 반면 세네갈산은 82.8% 신장했다.
대형마트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수산물 판매를 중단하면서 수입 산지를 다변화하는 한편 물량도 계속 늘리고 있다. 롯데마트가 취급하는 외국산 수산물은 2000년 미국, 러시아, 중국, 베트남 4개국 5개 품목이었지만 지금은 30여개국에서 50여가지 품목을 수입하고 있다. 올해 롯데마트의 수산물 판매에서 외국산이 차지한 비중은 40%에 이른다. 한편 정부는 오는 16일부터 원산지를 허위로 기재할 가능성이 있는 수입 명태, 돔, 가리비를 유통 이력신고대상 품목으로 긴급 지정해 관리한다고 8일 밝혔다. 정부는 또 추석에 대비해 17일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 해양수산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일본산 수산물 등의 원산지 표시에 대해 합동단속을 할 예정이다.
○일본산 맥주만 선전
일본산 가공식품도 품목별로 온도차가 뚜렷했다. 일본산 맥주 매출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유아용품 매출은 반토막으로 줄었다. 방사능 오염수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이마트의 일본산 이유식과 유아용 과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2% 떨어졌다.
반면 일본산 맥주는 7.4% 늘어 대형마트의 일본산 제품 가운데 유일하게 상승세를 이어갔다. 유통업계는 상대적으로 방사능 문제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젊은 층이 즐겨 찾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추석 선물세트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마트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추석선물 예약 판매를 실시한 결과 유기농 선물세트 매출이 765.9% 급증했다고 밝혔다. 또 8월 이후 유기농 가공식품을 포함한 유기농 식품 매출 신장률은 12.4%로 전체 식품 매출 증가율(4%)을 크게 웃돌았다. 소진성 이마트 유기농 담당 팀장은 “수산물에서 시작된 먹거리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농산물과 추석선물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