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감독 "앵커 목소리에 비트음악 실어 테러 긴박감 살려냈어요"

영화 '더 테러…' 560만명 동원한 김병우 감독
김병우 감독(34·사진)의 데뷔작 ‘더 테러 라이브’가 8일 현재 56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올해 개봉한 감독의 데뷔 영화 중 최다 기록이다. 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 175편 중 새내기 감독의 작품은 12편에 불과했을 정도로 등용문은 좁다. 초짜 감독이 관객의 마음을 쥐락펴락해 대박을 내기는 더욱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영화 각본을 쓰고 연출한 김 감독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성취감에 도취되지는 않는다”며 “5년간 잡고 있던 프로젝트를 끝내니 시원섭섭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영화를 본 대부분 관객의 소감처럼 빠른 속도감으로 긴장감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9·11 테러로 뉴욕 초고층빌딩이 무너지거나 성수대교가 붕괴되는 모습을 방송으로 접했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뉴스속보를 보면서 느꼈던 놀라움과 긴장감을 영화에 도입한 거지요.”

영화에서는 테러범이 라디오에서 방송 중인 윤영화 앵커(하정우 분)에게 전화를 걸어와 마포대교를 폭파하겠다고 말한 뒤 곧바로 실행에 옮기면서 대혼란이 일어난다.

“인물이나 공간에 제한을 둠으로써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수법을 썼어요. 할리우드 고전영화 ‘12인의 성난 사자들’은 좁은 법정에서 인물들의 표정을 따라갔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데뷔작 ‘듀얼’은 한 인물만 추적하는 방식으로 긴장감을 극대화했어요. 저는 실시간으로 한 장소와 한 건물에 포커스를 두고 따라갔어요. 오전 9시30분부터 11시까지 영화 속 시간과 실시간을 일치시킨 거지요.” 영화를 보면서 일어나는 감정이란 등장인물 간의 상관관계에서 빚어지는 것이지, 공간의 넓이나 인물의 숫자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김 감독은 관객들을 놀래키기 위해 예측을 뛰어넘는 상황들로 채웠다고 한다.

“테러범이 전화를 걸어온 뒤 5분 만에 마포대교를 폭파하는 게 일례죠.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시간을 더 끌지 않습니까. 윤 앵커도 협박 전화를 신고하는 게 아니라 생중계를 하겠다고 반응했지요. 범인이 (방송)출연료를 요구하는 장면도 의외였을 겁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인 관객들은 사실성 여부를 따질 겨를이 없다. “범인이 요구한 대로 입출금이 현실에서 그렇게 단시간 내에 이뤄질 수 없을 겁니다. 영화적 상상을 동원했지요. 이런 대목에서 극 중 설정과 그것의 사실성 여부는 상관관계가 별로 없다고 봤습니다.”

카메라 움직임과 사운드도 테러 상황에 맞게 적용했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폭파되는 마포대교는 CCTV로 비추고, 앵커 등 인물들의 움직임은 핸드헬드(카메라를 들고 찍는) 기법을 동원해 흔들리는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멜로디 요소를 배제하고 비트감을 살리는 음악을 썼다. 2008년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이듬해 2월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 수없이 고쳐 쓴 끝에 완성작을 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